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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여학생도 체육 해도 된다"

딸기21 2014. 5. 18. 22:23

여성들이 운전조차 할 수 없는 나라, ‘남성 보호자’의 동행이나 동의 없이는 쇼핑도 마음대로 못 하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 나라에도 매우 더디긴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일고 있다. 

 

극도로 보수적인 이슬람 왕국 사우디에서 국립학교에 처음으로 여학생들을 위한 스포츠 시간이 생겼다고 현지 언론 알하야트를 인용해 18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제다의 아말여학교에서는 지난 주 신설된 체육관에서 여학생들의 스포츠 경기가 열렸다. 종목은 배구, 농구, 테니스, 하키 등이었다. 

 

지난달 사우디 슈라위원회는 열띤 토론 끝에 오랜 세월 금지돼온 여학생 체육행사를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립 교육기관의 여학생 체육활동은 지난해부터 금지를 다소 완화했는데, 이를 국·공립 교육기관으로도 확대라고 교육부에 권고를 한 것이다.



슈라위원회는 왕실의 자문기구이자 명목상의 ‘의회’ 격인데, 무슬림 부족사회의 전통 협의체인 ‘슈라’에 원형을 두고 있다. 사우디 슈라위원회의 위원 150명은 대부분 남성 성직자들이다. 슈라의 결정사항은 정부 부처에 대한 ‘권고’일 뿐 강제력은 없지만 사우디의 정책방향을 가늠케 하는 잣대로 여겨져왔다.

 

사우디의 학교들은 남·녀 학생이 모두 분리돼 있다. 여학생들에게는 남학생들과의 체육은 물론이고, 여학교 내에서의 체육활동도 논란거리가 돼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전통의상을 입고서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게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체육교육을 하려면 복장규정을 완화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사우디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는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때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당시 사우디 여성 2명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 유도와 중거리 달리기 경기에 참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사우디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선수들이 머릿수건을 쓰고 경기에 참여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하지만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사우디 여성 수백만명은 스포츠를 할 권리에서조차 배제돼 있다”며 사우디 측의 보수적인 행태를 맹비난했다.

 

사우디 정부는 2009년과 2010년 여성들을 위한 공공 체육관조차 폐쇄하는 등 보수화로 치달았으나, 올림픽 이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슈라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최고위 성직자인 ‘그랜드 무프티’ 셰이크 압델 아지즈 빈 바즈의 판결을 인용했다. 이슬람 수니파 최고재판관 격인 셰이크 압델 아지즈는 최근 여성들도 “이슬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