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봄’은 예상했던 대로 군부 지도자의 재집권으로 귀결됐다.
지난해 7월 쿠데타를 일으켜 무함마드 무르시 전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지도자 압델 파타 엘시시(60·사진)가 26~28일 치러진 대선에서 90%가 넘는 지지율로 압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시민혁명의 중심지였던 카이로 시내 타흐리르 광장에 28일 군부 지도자 압델 파타 엘시시 전 국방장관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다. 엘시시는 26~28일 치러진 대선에서 90% 넘는 지지율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카이로/신화연합뉴스
알아흐람 등 이집트 언론들은 개표 결과 엘시시가 92.2%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엘시시의 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엘시시의 압승이 진작부터 점쳐졌으나, 투표율은 예상보다 낮았다. 당초 이틀 간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던 것을 하루 더 연장하기까지 했지만 투표율은 44.4%에 그쳤다.
군부 재집권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시민혁명’의 대의를 살릴 민주적인 지도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절반 넘는 국민들이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다. 군부에 의해 불법화된 무슬림형제단 측은 선거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2월 장기집권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낸 시민혁명이 일어난 뒤 이슬람주의 정치집단인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무르시가 집권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자유화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이슬람주의를 강요한데다, 형제단 세력끼리 권력을 독점하려 해 반발을 샀다. 지난해 6월말 대규모 시위로 형제단 정권이 궁지에 몰리자 당시 국방장관이던 엘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를 몰아냈다.
국방장관에서 물러나 대선에 출마한 엘시시는 형제단을 무력화해놓고 별다른 경쟁자 없이 승리를 거뒀지만, 투표율이 낮았던 탓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개표결과 최종집계는 다음달 5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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