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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한 아이젠하워 아들 존 아이젠하워 사망

딸기21 2013. 12. 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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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아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 베스트셀러를 남긴 전쟁사학자. 지난 21일 사망한 존 아이젠하워를 가리키는 말들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인 존 아이젠하워가 미국 메릴랜드주 트래피의 자택에서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아이젠하워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군인으로 복무했고,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는 위대한 미국인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라는 애도성명을 냈다.


1946년 아버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오른쪽)와 함께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존 아이젠하워. 사진 A



아버지 재임 기간에 안보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던 아이젠하워는 젊은 시절 ‘아이크(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애칭)의 아들’로 통했지만, 군대를 떠난 뒤에는 전쟁사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1969년 펴낸 <쓰디쓴 숲(The Bitter Woods)>은 2차 대전 때 독일군과 연합군 사이에 벌어진 ‘벌지(Bulge) 전투’를 분석한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이젠하워는 이 외에도 미국-멕시코전쟁, 1차 대전 등을 다룬 전쟁사 책들을 잇달아 출간했다. 그는 아버지가 1969년 사망한 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임명으로 벨기에 대사를 지냈다. 닉슨의 딸 줄리와 아이젠하워의 아들 데이비드가 결혼을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사돈지간이었다.


덴버에서 태어난 아이젠하워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린 시절을 1차 대전 전장에서 보냈다. 필리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졸업 당시 미군 합참의장이던 조지 마셜은 그에게 프랑스의 노르망디로 가 아버지를 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가 전하는 전쟁터에서의 일화가 있다. 어느날 그가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부하이면서 저보다 상관인 이들과 일할 때 마찰이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연합군 사령관이던 아버지의 대답은 명료했다. “내 밑에 있으면서 네 위에 있는 장교같은 건 이 무대에는 없다.” 전쟁터에선 모두가 하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지 패튼 장군이 ‘적군에 그가 납치되거나 피격돼 사령관에게 충격을 줄까 우려해’ 아이젠하워에게 정보·행정임무를 맡겼다. 


그래서 군인으로서 그의 야전경험은 한국전쟁으로 미뤄졌다. 1952년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아버지에게 한국전에 참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2008년 아이젠하워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적들에게 악용될 수 있으니 절대로 포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포로로 잡히느니 차라리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 스스로 마음먹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뒤에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의 자녀가 전투에 나가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생겼다. 


아이젠하워는 아버지와 나눴던 서한집을 비롯해 아버지에 관한 책을 여러권 냈으나, 워싱턴의 국립묘지에 아버지를 기리는 기념관이 세워지는 것에는 “지나치게 호화롭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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