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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눈가에는 왜 털이 많아" "사막에 모래가 많아서." "발톱은 왜 두개야" "사막에서 잘 걸어 다니려고" "등에 있는 혹은 뭐고" "사막에서 오래 견디려고" "근데 왜 우린 동물원에 있어?" 늘 들르는 홈페이지에 갔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다들 어디선가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내용일텐데. 그런데 갑자기, 아, 이게 웃긴 얘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죄책감과 위화감, 긴장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꿈대로라면 서른 한살의 나는 지금쯤 이집트의 어느 고분에라도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콘티키같은 뗏목을 타고, 혹은 짐 크노프의 기관차를 타고, 돛단배라도 타고서 어딘가에서 모험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 시절의 달콤한 꿈이 아니더라도, 나는 지금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하루하루를 날벌레처럼 웅웅거리며 지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사람들, 역사의 수레바퀴에 대해 생각하면서 무언가 정의롭고 옳은 것을 꿈꾸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금전적이고 세속적인 것들만이 입에서 줄줄줄 흘러나오는 속물이 되지 말고서 시시껍절한 일에 속박당해 있는 주제에, 땅덩어리에 발을 굳건히 디딘 현실감각을 갖춘 것처럼 위안하고 잘난척하지 말고 쉴 새 없이 뇌와 정신을 움직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낙타는 540kg의 짐을 지고서 하루에 322km를 걸을 수 있고, 모래사막에서 물 없이 17일을 버틸 수 있다던데. 동물원에 갇힌 낙타가 불쌍하게 생각된다면 나 자신에 대해서도 불쌍하게 여기고, 긍휼히 여기고, 밀어내고 자극해야 하는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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