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지금,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딸기21 2001. 6. 26. 19:45


"엄마, 우리 눈가에는 왜 털이 많아" 
"사막에 모래가 많아서." 
"발톱은 왜 두개야" 
"사막에서 잘 걸어 다니려고" 
"등에 있는 혹은 뭐고" 
"사막에서 오래 견디려고" 
"근데 왜 우린 동물원에 있어?" 

늘 들르는 홈페이지에 갔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다들 어디선가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내용일텐데. 
그런데 갑자기, 아, 이게 웃긴 얘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죄책감과 위화감, 
긴장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꿈대로라면 서른 한살의 나는 
지금쯤 이집트의 어느 고분에라도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콘티키같은 뗏목을 타고, 혹은 짐 크노프의 기관차를 타고, 
돛단배라도 타고서 어딘가에서 모험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 시절의 달콤한 꿈이 아니더라도, 나는 지금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하루하루를 날벌레처럼 웅웅거리며 지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사람들, 역사의 수레바퀴에 대해 생각하면서 
무언가 정의롭고 옳은 것을 꿈꾸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금전적이고 세속적인 것들만이 입에서 줄줄줄 흘러나오는 
속물이 되지 말고서 
시시껍절한 일에 속박당해 있는 주제에, 
땅덩어리에 발을 굳건히 디딘 현실감각을 갖춘 것처럼 
위안하고 잘난척하지 말고 
쉴 새 없이 뇌와 정신을 움직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낙타는 540kg의 짐을 지고서 하루에 322km를 걸을 수 있고, 
모래사막에서 물 없이 17일을 버틸 수 있다던데. 
동물원에 갇힌 낙타가 불쌍하게 생각된다면 나 자신에 대해서도 
불쌍하게 여기고, 긍휼히 여기고, 
밀어내고 자극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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