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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국민들 "이제는 만델라를 보내야 할 때"

딸기21 2013. 6. 24. 17:13

“이제 그를 평화롭게 떠나보낼 때가 됐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94)이 위독하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부총재인 시릴 라마포사와 함께 23일 만델라가 입원해 있는 프레토리아의 병원을 찾았다. 맥 마하라지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만델라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마는 만델라의 부인 그라사 마셸과 만나 상태를 들은 뒤 국민들에게 “마디바(만델라의 애칭)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만델라가 입원해 있는 메디클리닉 심장병원 앞에는 국민들이 놓아둔 꽃과 카드, 풍선이 가득 쌓였다고 SAPA통신 등이 보도했다.


메일 & 가디언  mg.co.za


고령에다가 폐 감염이 겹쳐 지난해말부터 네 차례 병원 신세를 진 만델라는 지난 8일 감염이 재발해 다시 입원했다. 지난달 만델라가 잠시 퇴원했을 때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을 찾아간 주마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만델라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 내보여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 후 남아공에서는 “이제는 마디바를 놓아줄 때가 되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대 일간지인 메일앤드가디언은 23일 “국민들은 피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델라는 다음달 18일 95세 생일을 맞는다. 매년 7월18일은 ‘만델라 데이’로, 남아공 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로벤섬 수감 때 그의 죄수번호였던 46664를 내건 구호행사와 축제가 벌어진다. 하지만 예년 같았으면 행사 준비에 한창일 지금 남아공 국민들은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만델라에 대한 기억들을 나누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쇠한 만델라를 이용한 주마의 정치쇼에 격분했던 만델라의 가족들은 모두 병원에 모여 임종 준비에 들어갔다. 


만델라의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던 전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만델라도 병원을 찾았다. 만델라와 위니의 딸인 제나니도 귀국해 병원으로 향했다. 만델라의 정치감각을 가장 많이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제나니는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주재 대사로 일하고 있다.



외국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만델라의 상태에 대해 다뤘다. 영국 BBC방송은 웹사이트에 그의 일대기를 올렸다. 미국 백악관은 “우리의 기도가 만델라와 그 가족, 남아공 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주 남아공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병원측은 지금 만델라의 상태가 어떤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만델라의 큰딸 마카지웨는 24일 방송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 “세계에 많은 것을 주신 아버지는 지금 평화 속에 계실 거라 믿는다”고 말해 만델라가 의식이 없음을 암시했다. 


미 CBS방송은 앞서 만델라의 간과 신장이 절반만 기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요구로 의료진이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중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에 맞섰던 투사로서 백인들에 대한 보복이나 충돌에도 반대했다. 그가 있었기에 권력 이동과 민주화 과정이 평화롭게 이뤄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만델라 타계 뒤 남아공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인구의 9.6%를 차지하는 백인들 일부는 만델라라는 화합의 구심점이 사라진 뒤 인종간 유혈사태가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1994년 이래로 줄곧 집권해온 민족회의는 최근 지지도가 크게 떨어졌다. 올해 총선을 치르고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데 의회 과반 의석확보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만델라 사후 민족회의와 다른 흑인 정치세력 간 ‘흑흑 갈등’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만델라의 유산’을 믿는 낙관론도 많다. 이미 20년 가까이 다인종·다민족 사회로 평화공존해온 남아공의 저력을 믿는다는 것이다. 메일앤드가디언은 “만델라가 타계한 뒤 남아공이 인종폭동으로 분열되리라 본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그는 사명을 다했고, 평화롭게 우리를 떠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