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68)이라고 아시는지요.
지난 22일 무세베니는 수도 캄팔라 부근 르와키투카의 사저에서 중국 기업가들을 만나 수력발전소와 댐 건설협약을 논의했습니다. 우간다는 중동부 아프리카의 소국으로, 별다른 자원 없이 경제발전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라고 모두 자원이 많은 것은 아니고, 아프리카 국가지도자와 악수한다고 모두 자원외교인 것은 아닙니다!)
무세베니가 요즘 기대고 있는 것은 중국 등 아시아 자본입니다.
국제부 기자를 오랫동안 하면서 접하게 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특히 정권이 잘 바뀌지 않는;; 나라의 국가지도자들은 뜸했다 싶으면 이름이 들려오니 잊히지 않지요.
지금은 흘러간 인물이 되어버린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대통령이 되어 제가 40살이 넘었을 때 물러났지요!)이 그렇고, 끝내 사살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그랬지요.
지금은 좀 뜸합니다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는 제가 국제부 기자 초년병이던 시절에 집권해서, 미군의 추적 속에서도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요웨리 무세베니. 사진 Wikipedia
우간다의 무세베니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 사람도 제가 어른 되기 전에 권력을 잡았고, 기자 생활 하면서 몇 차례 기사를 썼더랬습니다.
우간다... 우간다...
다시 무세베니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내일 한국에 오기 때문입니다.
무세베니는 29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뒤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오늘 아침 몇몇 신문은 우간다와 모잠비크 대통령이 한국에 차례로 방문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외교'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세베니가 중국 기업가들을 만나기 이틀 전 우간다 최대 독립 언론인 데일리모니터 사무실을 경찰이 급습했습니다. 무세베니가 아들 무후지 카이네루가바(39)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한다는 군 장성의 편지를 이 신문이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무세베니는 권력 세습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는데, 최근 갑자기 군인인 카이네루가바의 계급이 급상승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경찰은 이 신문사의 전력을 끊고 웹사이트 운영도 중단시켰습니다. 이 신문사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도 송출금지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문제의 편지는 한 때 무세베니의 오른팔로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데이비드 세주사 장군이 작성했습니다. 영국으로 도피한 세주사가 27일 런던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면서 이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알자지라 방송] Reports say Ugandan general hiding in London
우간다라고 하면, 연식 좀 되신 분들은 이디 아민의 이름이 떠오를 겁니다. 몬도가네 엽기 독재자 이디 아민...
무세베니는 1970년대 이디 아민 독재정권과 싸웠고, 1979년 이디 아민이 축출된 뒤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사람입니다. 1985년 대통령이 된 이래 30년 가까이 집권해 아프리카의 ‘빅맨(권력자)’으로 불린답니다.
(혹여 오해가 있으실까봐.... 지난해 대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로 '강력한 통치자'냐 '독재자'냐 논란같지도 않은 논란이 벌어졌던 단어는 '스트롱맨'이고요, '빅맨'은 아프리카 특유의 정치용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세베니 같은 실력자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무세베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국가의 안정을 유지해오며 에이즈를 효과적으로 막아냈습니다. 특히 에이즈 예방에서는 드문 성공을 거뒀는데요. 영국 저널리스트가 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에 나오는 구절을 하나 소개합니다.
우간다와 세네갈 같은 극소수 국가는 에이즈와 싸워 큰 성공을 거두었다. 우간다의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4년 60명의 부하를 훈련 차 쿠바로 보냈는데 쿠바 정부로부터 이 중 18명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보고를 듣고 경악했다. 그는 즉시 각 부처에 지시를 내려 에이즈와 맞설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국민들의 섹스 양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비용은 2~3만 달러에 불과했다. 위험한 섹스를 경고하는 홍보 포스터가 번잡한 도로 위에 세워졌다. 문자 해독률은 80년 51% 에서 98년 65%로 증가했는데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포스터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국가가 하지 못하는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NGO에 국민에게 HIV를 교육시키는 전권이 주어졌다.
자유토론 분위기의 영향으로 젊은 우간다 사람들은 동정을 잃는 시기가 늦춰졌고 섹스 파트너 수도 줄었다. 점차 콘돔도 자주 사용 하게 되었다. 15세 여자아이들 중 성 경험이 없다고 말한 비율이 89년 20%에서 95년 50%로 증가했고, 94~97년 기간 중 한 번이라도 콘돔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10대 여자아이 비율은 3배로 늘어났다. 92~2002년 도시 임산부 진료소를 찾은 여성 중 HIV 발병률은 거의 30%에서 5%로 떨어졌다.
무세베니는 또 인플레를 잡고 재정수지를 맞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방으로부터 ‘아프리카 지도자의 새 세대’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 풍경. 사진 Wikipedia
그는 한국의 박정희 정권과 같은 개발모델을 선호한다고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독립 50주년 기념연설에서도 “한국의 박정희 장군은 삼성, 대우, 현대 같은 민간기업들을 키웠다”고 예찬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아닌 박정희 '장군'이라고 한 것이 눈에 띄더군요. 아마도 본인이 '장군'이어서 그런 거겠죠 -_-
무세베니가 집권 전 군사쿠데타를 시도했다는 점, 공산주의에서 권위주의적 개발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 등은 박정희와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무세베니의 ‘박정희 따라하기’는 경제성과보다는 집권 연장에 치중해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집권 10년이 넘은 1996년에야 실시한 첫 대선에서 무세베니는 안정과 경제개발을 내세워 압도적 승리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2001년 대선에서는 부정선거 논란이 극심했습니다.
사실상 이 때 3선한 셈이지만, 무세베니는 대선 전 해에 헌법이 개정됐음을 이유로 ‘새 헌법 하의 2기 집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웃기죠? 그는 2005년 다시 개헌해 대통령 임기제한을 없앴고, 이듬해 공식 3선에 성공했습니다. 3선 개헌, 많이 듣던 말이로군요.
무세베니가 종신집권을 시도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한 미국 외교관은 보스턴글로브 기고에서 “무가베(짐바브웨의 독재자)가 한 명 더 생기는 듯하다”고 비판했고, 노르웨이는 원조를 중단했습니다.
반정부 시위를 짓밟은 무세베니는 2011년 대선에서 극심한 부정 끝에 재집권했습니다. 최근에는 물가상승률이 30%에 이르는 등 경제 성과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박정희를 롤모델로 삼아온 무세베니가 내일 박정희의 딸과 만나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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