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박근혜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온라인에 뜬 기사 제목이
Strongman's Daughter 어쩌구 하는 거였나보지요. 그걸 일부 국내 언론(언론 맞나요? -_-)이 '실력자의 딸'로 쓰는 짓을... 정확하게 말하면 새누리당에서 그렇게 주장했고, 국내 몇몇 언론은 그걸 받아쓴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자기네 잡지가 조작의 대상이 된다는 걸 타임 쪽에서도 알았는지, 제목을 바꿨습니다.
바로 요렇게...
번역 필요 없으시죠, 저 제목? "독재자의 딸"입니다...
딕테이터라는 단어엔 다른 뜻도 있다, 독재자 아니다, MB정부 여지껏 해온 꼬라지로 보면 박근혜 후보 쪽에서도 '해석의 자유' '언어의 다의성'을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ㅋㅋㅋ
(참고로 이 정부는 아프간 파병 연장할 때 combat의 뜻이 '전투'가 아니라고 주장한 적 있음)
저 기사는 12월 17일자에 실리는 모양인데, 웹에 전문을 공개하지는 않고 앞부분만 실어놨습니다.
잠시 번역서비스해 드리면...
"어느 쌀쌀한 11월의 오후, 남한의 도시 광주에 중년 그룹이 모여 기차에서 내리는 60세의 대선후보 박근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지고 숏팬츠 입은 젊은 여성 네 명이 무대에 나와서 말춤을 췄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한국의 동의어가 되다시피 한 이 유튜브 비디오를, 거기 모인 사람들은 한번도 본적 없는 것 같더라능."
요런 의미 되시겠습니다.
(이렇게 스케치부터 들어가는 기나긴 기사를 보통 feature 라고 하는데, 저 문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람이면 다 강남스타일 알아야 하나요 ㅎㅎ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트렌디하지 못한 중년 이상들임을 짚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나이 든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고 싶지는 않거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문제는, 국내 일부 집단의 파렴치한 '실력자 드립'입니다. 원래의 제목이었던 Strongman's Daughter 말입니다.
스트롱맨은 그냥 '힘 센 사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특정 부류의 집권자를 가리키는 정치 용어입니다.
위키피디아를 인용하자면
[Strongman (politics)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 strongman is a political leader who rules by force and runs an authoritarian regime. The term is often used interchangeably with "dictator", but differs from a "warlord". A strongman is not necessarily always a formal head of government, however. Sometimes the term is used to describe a military or political figure who exercises far more influence over the government than is constitutionally allowed. General Manuel Noriega, for example, was often dubbed the "Strongman of Panama" for the enormous amount of political power he exercised over Panama, despite the fact that he was not the formal president of the state.
무력으로 지배하며 권위주의 정권을 이끄는 자. '독재자'와 호환 가능. '군벌'과는 다름.
(초큼 챙피합니다만, 위키 영문판의 '스트롱맨' 예시 중엔 울나라 초대 대통령님도 계시더라능...)
무튼, 문제의 번역에 대한 문제제기도 국제적으로 나왔습니다...
저 트윗의 주인공 다니엘 튜더는 얼마 전 'Korea: The Impossible Country'라는 새 책을 냈고,
문제의 박근혜 기사가 실린 타임지에도 그 책 소개 기사가 나와 있습니다.
혹시나 싶어 덧붙이자면, 맨 위에 캡쳐 올려놓은 박근혜 기사는 온라인판이고요.
기사를 쓴 타임 기자가 트위터에 밝힌 잡지 제목은 'History's Child' 입니다.
생각난 김에, 시사주간지 '타임'에 대해
뭐 딕테이터든 스트롱맨이든 간에.
(덧붙이자면 아프리카의 이디아민 류 독재자들은 통칭 '빅맨'이라 한답니다 ㅎㅎ 이젠 짐바브웨의 무가베 빼면 거의 사라졌지만)
외국 언론들이 뭐라고 썼네 하는 걸 보고서야 '독-재-자'라는 말을 기사에 쓸 수가 있고,
그나마도 그게 번역이 맞네 틀리네 해가면서 인용해야 하고.
수십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이 기분...
박근혜 후보님은 진정한 히스토리스 차일드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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