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765 송전탑

딸기21 2012. 2. 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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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농민 분신사망, 영남권 ‘탈핵운동’ 비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한 70대 농민의 분신이 영남권 탈핵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와 환경단체는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를 구성하고 핵발전 포기를 촉구했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 초고압(75만6000Ⅴ) 송전선로 건설이 분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낳았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오후 8시.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주민 이치우씨(74)가 몸에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오전 4시쯤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장비를 동원, 송전선로 공사를 강행했다. 
몸싸움이 벌어졌으나 한전 측이 동원한 용역을 고령의 주민들은 당해낼 수 없었다. 이씨는 한전 측이 저녁 늦게까지 철수하지 않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이뤄진 곳은 97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 이씨의 삼형제가 부치던 논이었다. (더보기



70대 어르신께서 무슨 일로 분신이라는 극한의 방법을 택하신 걸까요. 한전이 중장비와 용역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다는데, 어르신들만 남은 이 시골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요.

녹색당 창당준비를 하고 계시는 하승수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현장 다녀온 이야기를 적어올렸습니다. 

"어제 밀양에서 열린 이치우 어르신 분신대책위원회 발족식에 다녀 왔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500여명의 밀양주민들이 모이셨는데, 대부분 농민들이고 연세드신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산 전기를 대도시로 끌고오기 위해 마을 한복판에, 그리
고 논 한가운데 높이 100미터의 초고압송전탑을 세운다는데, 반대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런데 용역들을 동원애서 힘으로 밀어붙이고 힘없는 노인들을 조롱하는 것을 참지 못해, 97세 노모를 모시고 살던 70대 노인이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을 했습니다. 
어제 집회는 눈물바다였고, 이치우 어르신의 동생분은 공사를 강행하면 이제는 내가 노모를 업고 막으러 가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어제 집회에서 낭독된 추도시를 아래에 붙입니다. 어떻게 더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아래는 하 변호사가 덧붙여놓은 추도시입니다. 가슴이 저립니다.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이응인


전기 주전자로 커피를 끓이면서
텔레비전 켜 놓고 낄낄대면서
냉장고 문 열고 과일을 꺼내면서도
몰랐습니다.
우리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전기 때문에, 송전탑 때문에
영하의 추위에 떨며
산에서 먹고 산에서 자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밀양땅 골짝골짝
765 송전탑 예순아홉 개나 서면
불 보듯 뻔한 전자파 위험 알면서도
내 집 앞으로 지나가지 않는다고
못 본 척했습니다.
바쁜 척했습니다.
새벽부터 밀고 들어오는
손자 같은 용역들
자식 같은 공사 인부들에게
70, 80 어른들 짓밟히고 욕을 먹고
지옥 같은 전쟁이 벌어지는 줄 모르고
이쯤에서 해결이 되었겠지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손톱 발톱 다 닳도록
평생 일구어온 논밭이
늙은 몸뚱이 기댈 집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무슨 대책이 있겠지 하며
남의 일 보듯 했습니다.
이치우 어르신 소식 듣고서야
이미 엎질러진 기름인데
아이쿠나 큰일이구나 했습니다.
산에 움막을 짓기 전부터
2005년 얼렁뚱땅 주민 설명회 때부터
2007년 12월 도지사의 우편물 받을 때부터
큰일은 이미 터졌던 것입니다.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살 날이 창창한 것들이
먼산 보듯 할 때
시장이 국회의원이 관리들이
답을 찾지 못할 때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70, 80 어르신들이
밀양을 지켰습니다.
765 송전탑 세워 놓고
어디가서
아름다운 밀양, 돌아오는 밀양
내세우겠습니까?
살기 좋은 밀양, 맑고 깨끗한 밀양
자랑하겠습니까?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먼저 가신 어르신의 원한은
어찌하겠습니까?
가족들 찢어지는 가슴은
또 어찌하겠습니까?
마을 어르신들의 새까맣게 타버린 속은
누가 달래겠습니까?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어디 가서
밀양에 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누구에게
밀양을 사랑한다고
다짐할 수 있겠습니까?
765 송전탑 막지 못하면.



765 송전탑 상황이 어떻게 되고있는지, 저도 이 분신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지금도 잘은 모릅니다만, 송전탑 막기 위해 벌써 7년째 싸워왔다고 합니다.

[성명] 죽음을 부르는 핵발전 시설, 신고리-북경남 초고압송전탑 건설 중단하라!

밀양 지역 주민들은 신고리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직후인 2007년부터 송전탑 반대 운동을 전개하였다. 765Kv 송전탑 건설로 세워질 철탑들로 마을의 논과 밭, 산이 파헤쳐질 뿐만 아니라, 초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한전과 관련 정부기관을 찾아가 대책을 호소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청와대를 찾아가가서도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였다. 지역 주민들은 직접 대안을 찾아 연구소를 찾아가고 전문가를 만나는 등 송전탑을 짓지 않고서도 신고리에서 생산된 전력을 타 지역으로 전송하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전과 정부는 초고압 송전탑의 추진만 고입할 뿐 지역주민들의 절박한 상황과 대안 고민을 귀 담아 들으려도 하지 않았다. 한전과 밀양시는 매일 건설 장비를 현장에 투입해 공사를 강행하려 하였고, 동네 어르신들과 지역 대책위 분들은 매일 새벽 산을 오르며 송전탑 건설을 막아오고 있었다.
한전 직원과 용역깡패들에게 얻어맞기도 수십 번이고, 갖은 협박과 욕설에도 송전탑 건설을 막아온 지역주민들인데, 한전의 무리한 공사 강행이 기필코 오늘과 같은 비극을 불러오고 만 것이다.
 



유인물도 첨부합니다.

 
'용역'들 등장할 때면 빠짐없이 생기는 일들... 이런 일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765송전탑현장 성폭력사태.avi - YouTube 
 

또 다른 글 하나 덧붙입니다. 한겨레 칼럼입니다.

[왜냐면] ‘밀양 송전탑’ 대안은 있다 / 이승희


그동안 한전은 신고리원전 1·2호기에서 만든 전기를 빨리 보내야 한다며 765㎸ 송전탑 건설을 재촉했다. 제때 보내지 못하면 하루에 28억원이 손해난다고 주민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신고리 1·2호기 완공 뒤 손해는커녕, 거기서 생산한 전기를 증용량 전선으로 보내고 있었다.
증용량 전선이란 송전탑을 새로 세우지 않고 이미 세워져 있는 송전탑에 전선을 교체해 보내는 방식이다. 그런 방법으로 전기를 보내고 있는 걸 주민들이 알아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고리원전 3호기가 곧 완공되기 때문에 송전탑을 빨리 세워야 한다며 또 밀어붙인다. 하지만 2013년에 완공되는 신고리원전 3호기뿐 아니라 2014년에 완공되는 신고리원전 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도 증용량 전선으로 보내면 되는 일이다.

한전은 또 말한다. 신고리원전 5·6호기 때문에 765㎸ 송전탑을 꼭 세워야 한다고. 5·6호기는 아직 승인도 나지 않은 상태이고, 설사 승인이 나서 세운다 하더라도 2019년쯤에나 완공된다고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전세계에 원전 반대 물결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이 시점에 5·6호기 원전 건설이 예전처럼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건설된다 하더라도 그때는 초전도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보내면 된다.


초전도케이블은 환경 파괴나 전자파 피해가 전혀 없고, 많은 전력을 멀리 보내도 전력손실이 없어 ‘꿈의 케이블’이라 불리고 있다. 마침 올해 함양~울산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인데 그 공사 때 초전도케이블을 넣을 관로를 함께 묻는다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내놓는 이런 대안에 대해 한전은 ‘시기상조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똑같은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3월에 이미 한전과 엘에스전선은 원자력발전소 1기에 맞먹는 전력을 보낼 수 있는 154㎸, 1GVA급 초전도케이블 개발을 끝냈고, 2016년이면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고리원전 3·4호기 생산전력은 기존 송전탑을 이용한 증용량 전선으로 보내고, 5·6호기는 승인이 난다 해도 2019년쯤에야 전력생산이 가능하니 그때는 초전도케이블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초전도케이블이 상용화되면 비용이 절반 이상 떨어지니 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더보기)




저는 핵발전에 반대합니다. 되도록이면 에너지를 덜 쓰고 살고 싶다, 늘 그렇게 말만 했습니다.

전기 주전자로 커피를 끓이면서/텔레비전 켜 놓고 낄낄대면서/냉장고 문 열고 과일을 꺼내면서도/
몰랐습니다/우리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전기 때문에, 송전탑 때문에/영하의 추위에 떨며/산에서 먹고 산에서 자는 줄은/정말 몰랐습니다/밀양땅 골짝골짝/765 송전탑 예순아홉 개나 서면/불 보듯 뻔한 전자파 위험 알면서도/내 집 앞으로 지나가지 않는다고/못 본 척했습니다/바쁜 척했습니다.

추도시에 나오는 것은 바로 저의 이야기입니다. 반성합니다. 할머니할아버지들께 너무나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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