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한지 5주가 지났다. 남아공 정부와 가족들은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회생 가능성 없는 고령의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특히 만델라 가족들의 이전투구에다, 정부가 만델라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일면서 환자의 결정권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만델라의 부인인 그라사 마셸 여사는 12일 SABC방송 인터뷰에서 남편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며 “걱정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만델라가 입원해있는 프리토리아의 메디클리닉 심장병원을 방문한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마디바(만델라의 존칭)가 치료에 반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마디바를 평화롭게 보낼 준비를 하자”던 주마 대통령은 환자의 상태가 다소 호전되자 오는 18일 만델라의 75세 생일 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만델라의 상태에 대해서는 엇갈린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지난달 부족 소유 묘지 문제를 놓고 빚어진 만델라 가족의 송사를 다룬 법원 판결문은 만델라가 “영구적인 식물인간 상태”라고 언급했다. 주마 대통령 측은 곧바로 이를 부인했지만 환자의 정확한 상태는 공개하지 않았다. 만델라의 옛 투쟁동지인 데니스 골드버그는 이달초 가족들과 병원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치료를 계속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서로 갈린다. 만델라의 장손 만들라와 법정 싸움을 벌인 맏딸 마카지웨는 아버지가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몹시 위험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반면 만델라의 두 손녀는 지난 9일 트위터에 “(할아버지가) 미소를 짓는다”며 가족들과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유력 일간지 메일앤드가디언은 만델라가 스스로는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인공호흡기 등에 의지해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델라의 한 측근은 최근 병실을 방문한 뒤 “지금의 만델라는 이전의 그가 아닌 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3년 통과된 남아공 국민보건법은 환자의 동의 없이 연명치료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만델라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모든 것은 가족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AP통신은 “만델라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입원해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BC] 만델라에게 보내는 '달콤한 헌사' 'Sweet' tribute to Nelson Mandela
병상에 있는 넬슨 만델라(94)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안정적’인 상태에 놓여 있으며 “미소를 짓기도 한다”고 가족들이 밝혔다.
만델라의 손녀 자지웨(36)와 스와티(34) 자매는 현지 방송의 리얼리티쇼 출연을 앞두고 9일(현지시간) 트위터 이용자들과 온라인 대화를 나눴다. 자매는 만델라의 둘째딸로 아르헨티나 주재 대사로 일하는 제나니(54)의 딸들이다. 제나니는 아버지의 병세가 위중해지자 지난달 말 남아공으로 귀국했다.
손녀들은 만델라가 현재 ‘식물인간 상태’라는 보도에 대해 “(할아버지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말할 권한이 없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신다”고 답해, 의식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들은 ‘달리 어떤 의사소통 수단이 있느냐’는 물음에 “눈으로, 눈을 움직인다”고 말했다고 SAPA통신은 전했다. 앞서 몇몇 남아공 언론들은 만델라가 ‘영구적인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만델라가 한달 가까이 위중한 상태에 있으면서, 가족들 사이의 분란과 지나친 보도 경쟁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만델라의 장녀 마카지웨(60)와 장손인 만들라(39) 사이에 가족 묘의 이장 문제를 놓고 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 눈총을 의식한 듯, 만델라의 손녀들은 “거쳐야 할 일이었고, 우리는 여전히 한 가족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치 ‘먹잇감이 죽기만 기다리는 독수리처럼’ 만델라를 취재하려 하는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몇몇 매체들이 지독하긴 했지만 그들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우리는 환자인 마디바(만델라의 존칭)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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