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3살인 케빈 리(한국명 이현규)는 9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자라며 그곳의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에서 공부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는 ‘서류미비 거주자’의 신분에 불과했다. 예전 식으로 말하면 ‘불법체류자’이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표현을 빌면 ‘꿈을 가진 사람(dreamer·드리머)’이다.
언제나 추방의 공포를 안고 살아온 그에게 지난해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대학을 졸업하는 날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자란 청소년 미등록 이주자 추방유예를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리는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지낼 수 있게 됐지만 그의 부모는 여전히 서류미비 신분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미국 정부가 ‘인도적이며 포괄적인’ 이민법 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지난 21일 백악관을 방문한 한국계 이민자 케빈 리(한국명 이현규·오른쪽)와
앤지 김(왼쪽)이 다른 초청자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허핑턴포스트
지난 21일 백악관은 리와 같은 청년 이민자들 8명을 초청해 이민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정한 이민개혁’이라는 단체가 벌이고 있는 이민법 개혁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뤄진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리는 오바마에게 추방의 두려움 속에 지내온 15년의 경험담을 얘기했고, 오바마는 리와 같은 이들을 ‘드리머’라 부르며 이민법 개혁을 약속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6일 오바마와 만난 여덟명의 젊은이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대학을 졸업한 리는 재미 한인단체인 민족학교의 LA지역 활동가로 일하며 한인 어린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이주자 권익 옹호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와의 만남에서도 이민자 공동체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방의 두려움 때문에) 그늘에 갇혀 있는 이들이 나처럼 그늘 밖으로 나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악관 만남에는 또 다른 한국인 앤지 김(29)도 함께 했다. 그 역시 9세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부모가 무력감을 겪는 걸 보며 자랐다. 그는 오바마에게 이민자 문제는 법규나 정책이 아닌 ‘삶’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법이나 정책, 규제를 가지고 사람들의 삶을 한정짓고 축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오바마가 청년 이민자들을 만난 날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안은 다음달 상·하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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