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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인 16명 살해한 미군, 사형 면하려 '유죄협상'

딸기21 2013. 5.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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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 군인이 새벽녘 두 마을을 돌며 민가에 들어가 잠자고 있는 주민 16명을 살해했다. 총기를 난사한 뒤 희생자들의 시신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 숨진 이들은 대부분 여성들과 아이들이었다. 지난해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사 로버트 베일스 하사(39)가 저지른 짓이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미군 병사 개인이 저지른 최악의 전쟁범죄였지만, 베일스는 사형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베일스의 변호인 존 브라운은 29일 “베일스가 유죄를 인정했으며 검찰과 유죄협상(플리바게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인 엠마 스캘런은 합의가 이뤄질 경우 베일스가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 재판관이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형’으로 할지, 가석방 가능성을 배제할 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스는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부근 미군기지 안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죄협상이 이뤄지려면 재판부와 군 당국이 승인을 해야한다. 다음달 5일 열리는 공판에서 재판부가 유죄협상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며, 선고는 8월이나 9월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들은 베일스가 잇단 대테러전 복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범행 당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범행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자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협상으로 방향을 바꿨다. 군 검찰은 당초 베일스에게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50년간 현역 미군이 사형선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베일스는 이라크와 아프간에 4차례 파병됐다. 마지막 아프간 복무였던 지난해 3월 새벽 칸다하르 주 판지와이 지역의 마을 두 곳에서 민가에 들어가 주민들을 학살했다. 군 당국에 체포된 뒤 그는 “폭탄테러로 동료들이 다리를 절단하게 된 것에 화가 나 주민들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뒤 미군은 아프간인들의 거센 분노에 부딪쳐 대테러 작전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베일스가 사형을 면할 것이라는 소식에 유족들은 다시 반발하고 있다. 어머니와 딸을 비롯해 가족 11명을 잃은 모하메드 와지르는 “이 사건 만으로도 우리에겐 미군 100명을 죽일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판결이 나오면 아프간인들의 반미 감정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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