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6일 프랑스는 축제 분위기였다. 17년만에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되자 그를 지지한 좌파·자유주의자들은 파리 시내를 행진하며 축하했다.
1년이 지난 지금, TV방송 프랑스24의 보도를 빌면 올랑드 대통령은 “축하할 일이 거의 없다.” 축하는커녕 올랑드 당선 1주년을 하루 앞둔 5일 파리 시내에 수만명이 모여 비판 시위를 했다. 투표 때 등돌렸던 우파가 아니라 올랑드를 찍은 좌파와 노동자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다. 시위를 조직한 극좌파 정당 ‘좌파전선’ 주장으로는 18만명, 경찰 추산 3만명이 모였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실패다. 올랑드는 유럽 전역을 짓누르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경기부양을 약속하고 당선됐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은 10.6%로 사상 최고치다.
올랑드 정부 1년의 실적을 그린 르몽드 그래픽
시위대가 “긴축 반대”를 외치자 장-마크 애로 총리는 TF1 방송에 나와 “긴축은 없다, (정부가 긴축을 한다는 것은)선동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를 믿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유럽의 돈줄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돈 빌리러 다니는 이웃나라들이 긴축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극력 반대해왔다.
지난달말 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메르켈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보고서를 만든 사실이 드러나 양국 간 마찰이 빚어졌다. 말로는 메르켈을 욕하지만, 실상 올랑드는 메르켈의 ‘허락’ 없이는 긴축을 한다 안 한다 결정할 수도 없는 처지다.
올랑드 정부는 몇달 전 프랑스의 자존심이던 철강공장과 자동차 공장을 폐쇄했다. 산업재생부라는 부처까지 만들고 산업을 살리겠다며 나섰지만 결과는 구조조정이었다는 사실에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경제복구와 공생을 위한 아이디어가 없는 좌파 대통령의 약속은 허상일 뿐이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그리스처럼 긴축을 본격화할까 걱정하고 있다.
올랑드는 대선 때 75% 고세율의 ‘갑부세’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또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무산됐다. 모양새를 더 우습게 만든 것은 지난달의 재산도피 스캔들이다. 올랑드의 측근이던 제롬 카위작 당시 예산장관이 거액의 재산을 해외에 빼돌렸다 들통났다. 무능할 뿐더러 도덕성까지 없는 내각이라는 지탄이 쏟아졌다.
지난달말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에서 올랑드 지지율은 24%로 나타났다. BBC방송은 “지난 50년간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 중 최저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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