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동안 ‘무정부’ 상태가 지속돼온 이탈리아 정치권이 신임 총리 아래에서 새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24일 중도파인 엔리코 레타(46·사진) 민주당 부대표를 새 총리로 지명하고 정부 구성을 위임했다고 ANSA통신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다음달 15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주 재선된 나폴리타노는 2월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새 총리를 지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얻었으나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했다. 하원에서는 사회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상원에서는 사회당과 우파 자유국민당, 신생정당 ‘오성운동’ 등이 의석을 분점했다. 이 때문에 두달 동안 정당들 간의 이합집산에 따라 정국이 요동을 쳤다.
이탈리아에서는 다수당이 국가원수인 대통령 후보를 내고, 대통령은 새 총리를 지명해 정부구성을 지시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들이 잇달아 대통령에 뽑히지 못하면서 다섯 차례나 선출이 무산됐다. 가뜩이나 경제위기에 휘청이는데 새 정부 출범조차 하지 못하자 안팎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다가 피에르 베르사니 당 대표가 책임을 지고 “다수당 대표이지만 총리직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뒤 정국의 실마리를 찾았다. 88세 고령인 나폴리타노는 대통령 연임을 고사하다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수락했다.
총리 지명자 레타는 피사 출신으로 지금은 중도좌파 성향인 민주당 소속이지만 우파 정당에서도 활동했던 전력이 있다. 또 삼촌인 지아니 레타가 자유국민당을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최측근이어서 우파 정치인들과도 친분이 깊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레타가 지명됨에 따라 민주당과 중도우파 자유국민당의 연립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관측했다.
레타는 정부구성을 위임받은 후 “이탈리아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정부가 일자리 확충과 빈곤 타파 등의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해, 긴축 노선에서 벗어나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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