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에 걸친 ‘무정부’ 상태를 끝내고 이탈리아에서 중도 좌파 엔리코 레타 신임총리가 취임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실직자로 알려진 남성이 총리 집무실 밖에서 경찰에게 총을 쏘는 등, 소란으로 얼룩져 새 정부 앞에 놓인 사회·경제적 난제들을 짐작케 했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은 레타 신임 총리가 28일 로마 시내의 대통령궁에서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공식 취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총리가 취임하는 시간에 대통령궁에서 1km 가량 떨어진 총리 집무실 밖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집무실을 지키던 무장경찰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것이다.
경찰이 바로 반격에 나서 이 남성을 쓰러뜨리고 총을 빼앗은 뒤 체포했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총리실에는 새 총리는 없었지만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퇴임식을 하고 있었다.
신임총리 취임식날 집무실 밖에서 총을 쏴 체포된 남성. /AP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남부 칼라브리아 출신의 루이지 프레이티라는 남성이었다. 칼라브리아는 실업률이 높은데다 마피아 등 폭력조직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다.
프레이티가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몇몇 이탈리아 언론들은 그가 경찰들에게 총 몇 발을 발사한 뒤 경찰을 향해 “나를 쏴라”고 소리를 쳤다며 경제위기 뒤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라고 보도했으나, 이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2009년부터 시작된 유럽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 중 하나다. 아직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럽연합(EU) 등의 구제금융을 받지는 않았지만, 올들어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가 구제금융 협상과 주민 시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자 “다음 구제금융 대상은 이탈리아”라는 소문이 퍼졌다.
새 총리 취임과 함께 임명된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은 총리실 공격에 대해 “단독 행동”이라고 말하며 조직적 범죄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사건에서 보이듯, 이탈리아의 ‘민심’은 정치·경제·사회적 불안 때문에 뒤숭숭하다. 레타 총리가 지명되기까지 의회의 각 정당들은 대통령과 총리를 뽑지 못해 정부 구성에 계속 실패했고, 무능한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았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3%를 기록했고, 공식 실업률은 10.9%에 이르렀다. 실제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레타 총리는 좌우 여러 정당을 망라하는 연정을 구성해 빨리 사회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 복구에 나서야 하지만 쉽지 않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인민자유당은 레타 총리가 주택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연정에 들어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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