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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신기한 공동체 영화'

딸기21 2003. 11. 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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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가 재미있다! 라고 테마별로 선정한다 하면 저는, '신기한 공동체 영화'라는 테마를 선정해보고 싶어요. 사실 꼽기는 좀 어렵지만... 왜냐면 제가 본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종류 영화가 제일 좋거든요. 꼭 이게 주제가 아니더라도. 


음, 설명하기가 좀 힘들지만, 사실은 쉬운 건데요, 약한 자들끼리 혹은 사회에서 뭔가 뽀다구 안 나는 / 못 나는 자들끼리 명랑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거예요. '가족'의 이름이건 '연인'의 이름이건, '어지러운 것들의 화해'라 해도 되겠고요. 

1. 안토니아스 라인


내가 본 가장 훌륭한 영화! 중의 하나였습니다. 두 말이 필요없는. 처음엔 여성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여성문화예술기획 주최, 동숭아트센터에서 상영했었거든요. 뒤에 비됴로 한번 더 봤지요. 


재기 넘치는 상상력이라는 면에서는 가히 판타스틱인데, 특히나 감동적이었던 것은 좁은 뜻의 페미니즘 류가 아니라 진정한 인류애를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주고 있다는 거지요. 모자라는 꺽다리(극중 이름이 무려 '미친입술'), 뚱뚱이 안토니아스 아줌마와 황당무계한 그녀의 딸, 멋대가리 없는 홀아비와 그의 네 아들들, 반푼수 땅딸이 아줌마- 신파적인 요소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던 위대한 감독! (이름은 모름 -_-) 암튼 '사회'가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는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뒤에 베네딕도수도회에서 나온 비됴로 어떤 벨기에 영화를 봤는데요, 애석하게도 제목은 까먹었어요. 19세기 벨기에 아동노동자들의 비참한 실태를 다룬 사회고발성 영화였는데,, 안토니아스 라인에 나왔던 저 늙은 홀아비와 '미친 입술'이 나오더군요. 저들이 북구에서는 제법 알려진 성격파 배우인가 잠시 의심해보기도 했었습니다.

2. 간장선생


캬하하... 이 영화에 대해서 썼던 조악한 글이 저 밑 어딘가에 있을테니깐 자세한 감상은 생략하기로 하고요. 성실과다증 의사, 술주정뱅이 동료, 목불인견 스님, 순진무구한 창녀의 하모니. 끝내줬습니다. 모자란 자들이여, 모두 간장선생에게로 가라!

3. 중앙역


브라질의 국민배우라는 그 할머니(아줌마인가 -_-) 립스틱 바르는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이라고 누군가가 쓴 것을 봤지만 그 장면 그닥 필이 꽂히진 않았나봐요.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것을 보면. 암튼 할머니와 어린아이. 식상한 내용이어서 잔잔한 감동을 피해가려고 애를 썼는데 그넘의 감동이란 것이, 이게 또 잔잔하게 오더라고요.
(옛날옛적 베스트셀러극장-'베스트극장'으로 요상하게 바뀌기 전-에 서세원 버전, 강남길 버전으로 '겨울행'이란 작품 나왔던 적 있어요. 딱 그 내용 생각나더군요. 엥 강남길 보고싶네)

4. 노팅힐의 그 작자와 그의 친구들

로맨틱 코메디, 가볍게 '아무렇게나' 볼 수 있어서 선호하는 장르입니다만, 노팅힐은 대단히 높게 평가합니다. 재밌잖아요? 우습잖아요? 근데 또 동동 뜨는 가벼움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영국적인-이라는 것을 저는 '신자유주의 대처리즘에 희생당하는 가련한 인간들 냄새가 폴폴나는'이라는 뜻으로 좀 복잡하게 해석을 하고 있는데요(아마도 '브*스* 오프'의 영향이 컸던 듯), 노팅힐이 딱 그렇더군요. 같은 로맨틱코메디라지만 양키들 것하고는 참으로 다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구나. 그 작은 차이가 어쩌면 아주 큰 차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배우)을 리얼리티로 보는가 쇼윈도 상품으로 보는가, 최소한 배경이 되는 사회가 일면이나마 진실하게 묘사되는가 아니면 핑크빛 낙원으로 추상화시켜 버리는가.


바로 그런 면에서, 노팅힐의 휴 그랜트와 그의 친구들은, '신기한 공동체' 개념에 가까웠고 저는 그게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어쩜 그렇게들 구질구질한지. 그런데 그 희한한 게이, 결국은 항상 정곡을 찌르지요. '다르게 사는 자의 통찰력'이라 하면 과장일까요. 못난 것들이 못나게 살지만 우울함 속에서도 뭔가 반짝이는게 보이는. 이 영화, 아주 좋아합니다.

5. 이건 농반진반 추천입니다. 캐나다 국립영상제작소 發 애니메션 모음집 '이매진'이라는게 있는데요. 


투니버스 첫회분(한회 3편씩 방영)의 제일 첫번째 에피소드. '모래성'이라는 애니인데요. 모래밭에 모래인간이 나타나서, 모래친구들 만들어서 모래성을 쌓았다가, 모래바람 불어 다시 모래로 돌아간다-- 아주 단순한 내용(^^)입니다. 물론 대사 없어요. 


그런데, 모래친구들 생긴게 다 기형이거든요. 이 애니를 대략 8-9번 본 것 같아요.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었는데 최근 좀 난감한 일이 생겼지요. 딸에게 이걸 보여주는데- 저기 등장하는 저 놈들이 대체 뭔지 일러줄 수가 없는 거예요. 뱀같이 보이지만 뱀 아니고 사람 같이 보이지만 사람 아니고 개 같이 보이지만 개 아닌 것들이 얼레둘레 힘을 합쳐 집을 짓는 모습. 차별 말고 구분 말고 서로서로 인정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보자꾸나 결국 이 세상은 다 모래로 돌아가는 것 아니겠니. 암튼 애니 좋아하는 분들께 초초초강추!

6. 잊고있던 거 생각났어요. 무기력자 두 사람이 모여 환상의 코뮨(?)을 구성하는- 바그다드 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