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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 카잔감독, 영욕 속에 영면하다
[초원의 빛][에덴의 동쪽]의 감독. 동료를 배신한 매카시즘 하수인..
빛과 어둠만큼이나 상반되는 평가를 받아온 미국 영화,연극 감독 엘리야 카잔이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94세로 사망했다. 최고의 영광과 최악의 굴욕을 한몸에 껴안았던 그의 죽음으로 20세기 미국 영화,연극사는 실질적으로 한시대를 마감하게 됐다.
엘리야 카잔은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전 [세일즈맨의 죽음][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등의 연극작품으로 미국 연극계의 최고 영예인 토니상을 수차례 수상한 바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게리 쿠퍼 주연의 [신사협정], 말론 브랜도 주연의 [워터프론트], 제임스 딘 주연의 [에덴의 동쪽], 워렌 비티 주연의 [초원의 빛]등 숱한 걸작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대부분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 사회적 양심, 도덕성의 파괴 등을 다룬 작품들이 많아 '사회파 감독'으로 분류된다. 뉴욕의 유명한 액터스 스튜디오를 리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이끌면서 말론 브랜도, 제임스 딘 등 걸출한 배우들을 발탁한 것도 유명하다.
그러나 카잔의 인생은 52년 , 이른바 '매카시 청문회'라고 불리는 '반미국적 활동에 대한 국회조사 위원회'에 증인으로 출두하면서 180도 바뀌게 된다. 여기서 카잔은 자신이 30년대에 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했다가 지금은 '개과천선'했다면서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연극, 영화계 동료 8명의 이름을 고자질했다.
당시 살벌했던 분위기 속에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연극,영화계는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의 증언을 계기로 많은 양심적 예술가들이 수십년동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었던데다가 몇몇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하는 등 결코 용서할 수없는 비극을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릴리엔 헬만, 대쉬엘 해밋, 찰리 채플린, 존 휴스턴, 존 베리, 줄 다신 등 많은 예술인들이 청문회에서 끝까지 양심을 지켜 수감되거나 아예 고향땅을 떠나버렸던 것과 비교하면 카잔의 행동은 비열한 배신으로 질타를 받았다. 청문회 이후에도 카잔은 작가로서 꾸준히 활동을 하며 좋은 영화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인간적으로는 연극, 영화계에서 사실상 따돌림 당해왔다.
지난 99년 아카데미가 그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여하면서 면죄부를 주기는 했으나, 당시 그의 수상은 엄청난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수상식 당일에도 행사장 밖에서 그를 비난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수상 순간에는 객석에서 박수와 함께 야유가 터져나왔었다.
■ 매카시즘 시대의 영화인들 -블랙리스트 vs 매카시즘의 조력자
존 휴스턴
필름누아르의 고전이자 원형으로 꼽히는 <말타의 매>를 만든 감독. 배우 안젤리카 휴스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동료영화인들이 줄줄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상황을 보다 못한 그는 캐서린 햅번, 제임스 캐그니 등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끔찍한 현실을 견디기 힘들었던 그는 결국 미국을 떠났다.
험프리 보가트
할리우드 고전기를 대표하는 배우. 그가 없었다면 필름누아르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가 구축한 탐정의 이미지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존 휴스턴이 이끄는 국회 앞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출연작 <케인호의 반란>을 연출했던 에드워드 드미트릭처럼 애초의 태도를 바꾸었다. 조사위원회에서 그는 공산당에 가까운 사람과는 앞으로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엘리야 카잔
<에덴의 동쪽> <워터프론트> 등 냉정한 시선으로 미국사회를 리얼하게 해부한 사회파 감독의 대표주자. 1999년 카잔은 논란 속에 아카데미 공로상을 수상했는데, 시상식장 앞에는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수상반대 시위대가 맞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사과는커녕, 동료영화인 8명을 밀고한 것은 여전히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로널드 레이건
전직 미국 대통령이자 배우. 그는 할리우드 배우연합의 회장이던 당시 연방수사원을 도와 공산당원 색출에 앞장섰다. 이같은 그의 성향은 대통령 재직 기간인 1980년대에 ‘만개’했는데, 그는 70년대 거세게 일었던 반항의 기운을 잠재우고 미국사회를 극도로 보수화시켰다.
게리 쿠퍼
할리우드 고전기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배우. <디즈씨, 뉴욕에 가다> <존 도우를 만나요> 등 미국적 인민주의를 긍정했던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에서 보통 사람들의 영웅으로 출연해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구현했다. 카프라의 영화에서 정치가들의 사악한 뒷거래에 크게 한방 먹이는 선량한 시민을 그려냈던 그는, 그러나 현실에서는 조사위원회에 과잉충성을 바침으로써 출세의 기회를 잡았다.
참고 부분 재미나요. 그들의 과거를 알게되었건만 써먹을 데가 없네.. | 2003/09/29 | ||||
저 그 아카데미 시상식 봤어요. 엘리아 카잔이 그 상을 거절하지 않았다는건 여전히 자기가 잘 한거라고 생각한다는거구나, 라고 느껴지더군요. 참 이상해요. 사람의 어느 부분은 쉽게 변하지만 어느 부분은 또 이해가 안될 정도로 완고하잖아요. 반성이라는게 어느 순간에 이뤄지 것인지..생각해보게 됩니다. | 2003/09/29 | ||||
맞아요. 시상식에서 사실 마틴 스코세즈가 카잔을 포옹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시대의 또다른 희생자로 보았던 것도 사실이예요. 물론 본인도 확신을 가지고 한 행동이라고 누차 그랬고... 어쨋든 그렇게 한시대를 뜨거운 논란 속으로 몰아넣었던 사람도 결국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군요. | 2003/09/29 | ||||
아아..가을에 들으니 더더욱 인생무상. | 2003/09/29 | ||||
그런 사람을 시대의 희생자로 보아준다면 바로 그사람에게 당한 진짜 '희생자들'은 머가 되나요... | 2003/09/29 | ||||
그런데...게리 쿠퍼는 되게 유명한 사람 아닌가요? 하긴 로널드 레이건도 유명하긴 하지만 -_- 글구 게리 쿠퍼는, 잘은 모르지만 멋지고 정의로운 사람 아니었나 -_- 그런데 알맹이는...저런 거였구만. | 2003/09/30 | ||||
한가지 궁금한 것. 엘리아 카잔은 유태인인 모양이죠? | 2003/09/30 | ||||
그리스 사람이라던데.. 아닌가..? | 2003/09/30 | ||||
흐흐, 앞으로 망명지에서 다룰 사람들이네요. <시네 21>에 좀 더 자세하게 나와 있죠. 게리 쿠퍼의 경우에는 그것 말고도 여배우들과의 염문으로도 유명했죠. 하여간에 정력이 무지 좋았다고 합니다. 별명이 "할리우드의 종마"였다 던가....요. | 2003/09/30 | ||||
역시 캐서린 헵번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여배우거든요. 헵번이 심리학 석사가 있었다는 건 아시나요? | 2003/1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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