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왕이 우리랑 뭔 상관이냐고?
상관 있다... 많이 있다... 석유 땜시...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전 국왕이 1일(현지시간) 서거하고 압둘라 왕세제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압둘라 새 국왕 체제로의 출범은 표면상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내부 모순이 워낙 심각해 정정불안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위기가 중동 전역에 정치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의 왕정 교체가 장기적으로 석유시장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압둘라호(號)의 불안한 출범
왕위 승계는 표면적으로는 조용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왕조 내의 권력투쟁과 국민적인 반(反)왕조 정서가 들끓고 있다. BBC방송은 압둘라 새 국왕이 `낡은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왕정의 안위가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민심 이반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점. 수천명의 왕자, 왕족들은 사치를 일삼아 국민들의 반발을 사왔다. 압둘라 국왕은 부패한 왕실에서 유일하게 개혁을 추진해온 인물이지만, 왕실 내 기반은 의외로 탄탄치 못하다. 새 국왕은 왕족의 권한을 줄이려 하겠지만 실권을 장악한 다른 왕자들은 81세의 고령인 `개혁파 국왕' 체제가 조기에 끝나기를 기다리며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오일 머니에 의존한 취약한 경제체제에서 청년실업률은 극에 달하고 있고, 좌절한 젊은이들은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 새 정부에 개혁 압력을 가할 경우 오히려 반미, 반왕정 정서에 불어 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불안감 커진 석유시장
사우디 정부는 1일 "압둘라 새 국왕 체제 하에서도 석유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축인 사우디는 수십년간 미국과의 조율을 통해 국제석유시장의 스펀지(완충) 역할을 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같은 정책에 당장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국왕 교체로 인한 자국 내 정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비현실적인 유가 밴드(적정 가격대)를 폐기하고 고유가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알리 나이미 석유장관은 1일 사우디의 목표가 유가를 배럴당 40~50달러 선에 맞추는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미 국제유가는 50달러선을 뛰어 넘은지 오래이지만 명목상 사우디와 OPEC는 25달러 선을 기준으로 한 유가 밴드를 설정해놨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영향을 더 우려하고 있다. 석유시장은 중국과 인도의 고속 경제성장으로 인해 구조적인 수급불안기에 접어들었다. 사우디 왕정에서 정권교체가 반복될 경우 시장의 불안정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중동민주화'의 향방은?
아랍연맹은 파드 국왕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3일 이집트에서 열기로 했었던 정상회담을 연기키로 1일 결정했다. 걸프국가들을 비롯한 아랍국들은 사우디에 앞다퉈 조의를 표하면서, 리야드발(發) 정국 변화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드 국왕의 사망으로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권이 내건 `중동 민주화' 정책의 핵심인 사우디에서 최대 걸림돌은 자연 제거된 셈이다. 압둘라식 점진적 개혁의 성공할 경우 현재의 아랍 정치체제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반대로 소요가 일어난다면 사우디의 권위에 기대어온 걸프 독재왕정국가들도 정정 불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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