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새 국왕의 왕위 승계와 함께 사우디 왕실은 국방장관인 술탄(81.사진) 왕자를 1일(현지시간) 새로운 왕세제로 지명했다. 84세 국왕의 서거와 81세 새 국왕의 즉위, 81세 동갑내기 왕세제 지명. 사우디 왕실은 바야흐로 `노인천하'가 됐다. 새 국왕으로의 승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돼왔던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지만, 왕실 내부의 불안정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술탄 왕세제는 파드 전국왕의 친동생이고, 압둘라 새 국왕과는 이복형제 지간이다. 압둘 아지즈 초대 국왕은 10여명의 부인을 두었는데, 여섯째 부인 후사에게서만 7명의 아들을 얻었다. 후사는 유력 가문인 수다이리 부족 출신이어서 그 아들들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후사에게서 난 첫째 아들은 1일 사망한 파드 국왕이고, 둘째가 술탄 왕세제다. 반면 압둘라 새 국왕은 8번째 부인 파흐다 소생으로 정치적 입지가 오히려 술탄 왕세제만 못하다.
술탄 왕세제는 1953년 리야드 지사로 정치 일선에 나섰다. 63년부터 국방부 장관을 맡아왔으며 82년 파드 전국왕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부총리직도 겸임해 왔다. BBC방송은 "진작부터 `압둘라 이후'를 꿈꿔온 야심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미국과 거래하면서도 거리를 두어온 압둘라 새 국왕과 달리 대표적인 왕정 내 친미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20년간 주미 대사를 지내온 아들 반다르를 측근으로 불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일기도 했다. 술탄 왕자가 친형제들을 규합, 압둘라 새 국왕에 맞서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사우디 왕실의 복잡한 속사정은 아랍 전통과도 관계가 깊다. 부족공동체는 1400년전 예언자 무함마드 시절부터 아라비아 반도의 중요한 정치결사 단위였으며, 다른 왕조들과 달리 아랍에서는 장자(長子) 상속보다 형제 상속이 우선하는 체제가 유지돼왔다. 여기에 일부다처제가 결합돼 왕실 계보도가 극단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문제는 술탄 왕세제조차도 노령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위 종양 제거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하다.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권력 다툼이 일더라도 쉽게 안정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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