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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저주받은 자원, 석유

딸기21 2011. 5. 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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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물으나 마나- 석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석유자원을 둘러싼 미국의 패권전략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중동국가들이 '자원을 수탈당하는 제3세계'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먼저, 얼마전 참여연대 중동 강좌 때문에 찾아놓은 자료입니다. 


(엥... 이미지가 초큼 깨졌네요.)


'있는 곳에만 있는' 석유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석유자원의 특징은 1. 지리적 편중성 2. 높은 채굴비용(진입장벽) 3. 탄력성 없는 시장이라는 걸로 대략 짚어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 오일샌드(기름이 섞여 있는 모래)가 나와서 순위가 몇년 새 훌쩍 뛰긴 했지만 이건 말 그대로의 석유매장량이라 보긴 힘들고요.

석유자원 매장량에서(천연가스도 마찬가지) 사우디, 이란, 이라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특히 사우디의 위용(?)은 수치로도 잘 나타나 있죠. 거기에다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합치면 압도적인 우위가 되고요. (저 표에서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이라크가 늘 사우디 다음이었는데 이란이 치고 올라갔네요. 이라크는 매장량 수치가 조정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란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것이 1901년입니다. 20세기 벽두에 20세기를 특징지은 화석연료의 보고(寶庫)가 발견된 것이죠. 그 뒤로 중동의 역사는 석유 지정학에 휘둘린 역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미국(서방)의 개입과 중동사의 굴절

1914년 영국은 오스만제국 바스라 주(州)였던 쿠웨이트를 보호령으로 편입합니다. 당시 영국은 독일이 구상하던 철도계획이 영국의 이익에 위험요소가 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죠. 바스라는 오늘날의 이라크 남쪽, 걸프에 면한 항구도시입니다. 이라크 최대 석유수출항이기도 하고요.

(여담입니다만 바스라는 마르코 폴로가 아버지와 함께 바그다드로 갈 때 거쳐갔던 곳이기도 하죠. 그보다 훨씬 
뒷날의 이야기이지만 이라크는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했다가 걸프전이라는 보복을 받았고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나, 미국-영국 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한 뒤에는 영국군이 이라크의 바스라를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4년만인 2007년에야 철수를 했으니... 바스라라는 곳이 영국과 악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1950년 이란의 민족주의자 모하마드 모사데그 총리가 집권해 석유산업 국유화를 단행합니다. 

참고 ▶ 이란의 역사


1953년 미 CIA의 지원을 받은 파흘라비 왕정이 쿠데타를 일으켜 모사데그 정권을 전복시킨 뒤 복귀합니다. 이후 이란에서는 호메이니의 이슬람혁명 때까지 파흘라비의 ‘백색공포’ 시대가 펼쳐집니다.


1958년 이라크에서 친서방 왕정이 무너지고 군 장교 출신의 민족주의자 압둘-카림 카심 총리가 취임합니다. 카심 역시, 모사데그처럼 국유화를 추진했다가 CIA가 개입한 쿠데타로 축출됩니다. '친미 쿠데타'의 악순환입니다.

1978년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정권이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와 평화협정을 체결합니다. 얼마 뒤 사다트의 암살로 이어진, 사다트 입장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목숨을 대가로 지불한' 협정이었죠. 이 일로 이집트는 아랍권의 '왕따'가 됩니다. 아랍산유국들로부터의 석유수입도 끊어져버립니다. 그러자 미국은 이집트에 석유수입 보전 명분으로 경제․군사 원조를 시작합니다. 호스니 무바라크 체제 30여년을 특징지은 '친미 군사독재-미국의 원조' 시스템의 출발점이었다고 할까요.



중동 석유를 둘러싼 미국의 패권전략은 '복잡하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앞서 얘기했는데요. 미국이 중동을 멋대로 주무르면서 '석유를 다 빼내가는' 식의 단순구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전에 촘스키의 책에서 본 내용입니다만, 중동 석유 ‘이권’은 훨씬 복잡하고 거대한 틀에서 움직입니다. 중동 석유는 2차 대전 후 냉전시기 세계질서 속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산업화를 받쳐주는 자원이었습니다. 즉 미국보다는, 연료 그 자체로서의 중동 석유는 아시아와 유럽 경제의 주춧돌이 되었던 것이죠(미국은 스스로가 산유국이며 캐나다, 멕시코,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습니다).


(미국의 석유수입량을 생산지별 퍼센티지로 표시해놓은 지도입니다. 리처드 루거 미 상원의원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동 석유의 관계는 냉전 이래 미국 세계패권전략의 일환으로 봐야지, "이라크 침공해서 석유 다 빼내간다"는 단순한 도식을 들이대면 해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콜린 파월이 이라크전 시작하면서 "우리의 목적은 이라크 석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속에 저런 '절반의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중동 독재정권들과 석유자원

중동국가들(그 나라의 정권들)이 미국에 '멋대로 휘둘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결탁관계'로 보는 편이 맞겠지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카타르의 왕정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 UAE의 토후국가 체제는 정치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석유수입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금이 없고 에너지를 국민들에게 사실상 무상공급/무상에 가까운 교육․의료․식량공급/과세가 없는 만큼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도 없는 체제로 움직여졌거나 지금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에 협력하며 정권의 안위를 보장받고, 석유수입으로 국민들에게 당근을 주면서 정치적으로는 억압하는 체제라고 할까요. 즉 저들 나라의 정권(과 기득권층)은 미국 패권전략과 공생해온 존재들인 겁니다.

그 사이 중동 국가들은 개발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자원의 덫’에 빠져버렸습니다. 자원을 팔아 기득권층이 이익을 챙기는 대신 산업발전은 정체됐던 거죠. 1980년대 초반 2차 오일쇼크 이후 상당기간 저유가 상태가 계속돼 왔죠. 이미 저들 나라의 시스템은 위기를 맞은 상태였습니다. 재정난으로 시스템 붕괴 위기에 몰린데다 국민들의 각성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2003년 이후 고유가가 되면서 간신히 체제를 유지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동(북아프리카 포함) 지역에서 개중 석유자원이 없는 튀니지, 이집트, 그리고 뒤이어 시리아, 예멘의 순으로 시스템의 붕괴를 맞고 있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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