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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들이 터키로 탈출하기 시작했네요.
시리아 당국의 시위 유혈진압을 피해 122명의 시리아인들이 국경을 넘어 터키로 탈출해왔다고 터키 국영 아나톨리아통신이 오늘 보도했습니다. 넘어온 이들은 시리아 북부 터키와의 접경지대에 살던 사람들인데, 그중 30여명은 부상을 입어 터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한 명은 부상이 심해 사망했다고 합니다.
터키는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시리아 북부의 상황이 지금 어떤지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우려했던 난민 탈출이 시작된 걸로 보아 유혈충돌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위대와 정부군이 충돌한 시리아 북부 지스르 알 슈구르 지역에서는 정부군도 1명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리비아에는 나토군이 인도적 개입 차원에서 공습을 한 반면 시리아에 대해서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죠. 시리아가 지금 어쩌면 리비아보다 더 심각한 것일수도 있는데, 아직 국제사회가 시리아 독재정권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일관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리비아에만 무력행동을 하는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있고요.
유럽국들을 중심으로, 시리아 사태에도 개입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습니다. 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무장관은 “유엔이 시리아 폭력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잠자코 보고있어서는 안된다”며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쥐페 장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더이상 나라를 통치할 정통성을 잃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영국은 미국시간 8일 유엔 안보리에 결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리비아에 대해서처럼 전격 군사개입을 해야한다는 수준의 결의안은 아닌 것 같고요. 제재를 해야한다는 정도의 강도높은 비판을 담은 것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다만 안보리 차원에서 대응 절차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안보리에는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같은 거대 신흥개도국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서방 즉 상임이사국들과 맞서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 나라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중심이 된 리비아 공습에도 반대론 내지는 신중론을 펼쳐 왔습니다.
이 나라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결의안 제출 움직임이 결국은 시리아에 대한 개입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당초 조금 톤업된 결의안을 준비했다가, 이들 개도국들의 반발을 의식해서 문안을 수정했다고 합니다.
군사개입까지 갈 가능성이 있을까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만일 여러 단계를 거쳐 무력개입을 논의하는 상황에 이르더라도 상임이사국 중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역시 반대를 할 것이고요.
러시아는 영국·프랑스가 내놓을 결의안에 대해서도 이미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럽연합 주재 러시아 대사인 블라디미르 치조프는 “유엔 안보리에 결의안을 내놓는다면 리비아에 대한 결의안 때처럼 러시아는 반대할 것이다, 리비아 사태는 무력개입이 답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아와 시리아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인도적 개입을 해야하는 상황이 있죠.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걸 나몰라라 해서도 안 되고요. 그런데 리비아는 사막에 도시들이 띄엄띄엄 위치해 있지만, 시리아는 좁은 땅에 인구가 밀집해 있습니다. 이미 1990년대 옛 유고연방 내전 때 인구가 몰려 있는 시가지에 섣부른 공습을 했다가 오히려 인명피해를 더 키운 전례가 있죠.
하지만 개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난이 빗발칠 터이니... 그게 서방의 고민입니다. 시리아 민간인들이 벌써 800명 이상 숨지고, 1만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상황을 그냥 두고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섣불리 손 뻗칠 수도 없죠. BBC방송은 ‘시리아가 리비아나 이집트와 다른 점’을 분석한 기사를 인터넷판에 실었습니다.
A pro-Syrian President Bashar al-Assad supporter at Arnous square,
그렇다고 섣불리 손 뻗칠 수도 없죠. BBC방송은 ‘시리아가 리비아나 이집트와 다른 점’을 분석한 기사를 인터넷판에 실었습니다.
첫째,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내 기득권층과 중산층은 물론이고, 소수 부족집단이자 종교집단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권력 기반이 최소한 아직까지는 탄탄해 보입니다.
둘째, 시리아는 이슬람 다수파인 수니파 75%에 기독교도 10%, 그리고 시아파 계열의 소수종파들로 구성된 복잡한 나라입니다. 아사드가 지금 쫓겨나면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리아가 혼란에 빠지면 레바논 같은 주변 나라들로 혼란이 확산되겠죠. 시리아 주변의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아주 복잡한 지역인데 여러가지 분란이 연쇄반응처럼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같은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의 정치조직들이 힘을 얻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고요. 더 크게는 멀리 이란이 시리아, 레바논까지 세력을 확장할 지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이래저래 복잡한 국면입니다. 미국도 시리아를 비판하면서도 압박의 수위를 고심하는 것 같습니다. 개입을 하기도 쉽지 않고, 개입해서 얻을 것도 별로 없고...
이래저래 복잡한 국면입니다. 미국도 시리아를 비판하면서도 압박의 수위를 고심하는 것 같습니다. 개입을 하기도 쉽지 않고, 개입해서 얻을 것도 별로 없고...
무아마르 카다피, '강제실종' 첫 기소자 될까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들이 카다피를 ‘강제실종(forced disappearance)’ 혐의로 기소할지 말지를 결정해 며칠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강제실종이라는 표현이 좀 생소한데요. 카다피 정권 치하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그동안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정권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보안당국에 끌려가 고문을 받거나 그로 인해 숨졌거나 아직도 감금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납치당하는 걸 목격됐거나 어디 구금됐는지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를 가리킵니다.
ICC는 올들어 트리폴리와 벵가지에서 군과 경찰을 동원해 민간인 강제실종을 지휘한 혐의로 카다피와 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등에 체포영장을 청구해놨습니다.
2002년 국제형사재판소 설치 근거가 된 로마조약에 체결될 때 정부나 국가권력 혹은 제3의 기구에 의한 강제실종을 반인도범죄로 규정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이 혐의로 국제법정에서 기소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강제실종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1970~80년대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에서 벌어진 군사독재정권의 ‘더러운 전쟁’일 텐데요. 하지만 국제법적인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강제실종을 자행한 혐의가 기소장에 적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라는 게 채택됐습니다. 지금까지 88개국이 서명했다고 하네요.
카다피가 이 혐의로 기소가 된다면 인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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