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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군사개입 '성공적', 국제사회 앞으로의 과제는.

딸기21 2011. 8. 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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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리비아 군사개입은 트리폴리 함락과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축출이라는 ‘성공’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당초 나토군이 내세운 것은 벵가지 등 반군 지역 주민들에 대한 카다피 군의 대량학살을 막는다는 인도적 차원의 목적으로 국한돼 있었지만, 이런 ‘제한된 개입’ 덕에 오히려 가장 성공적인 인도적 군사개입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제한된 개입’ 성공사례


리비아 사태의 모든 과정에서 독재권력 축출을 주도한 것은 리비아 반정부세력이었다. 리비아 국민들이 총을 들고 ‘반군 부대’를 만들어 정부군에 맞서 피를 흘리고 과도국가위원회를 만들어 새로운 국가를 수립할 준비를 하는 사이, 서방국들은 공습이라는 외곽지원만 했다. 

나토의 개입에는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없었다. 리비아 반군을 대표하는 기구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가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개입을 결정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때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정권, 탈레반 정권 축출을 목표로 내걸고 ‘인도적 개입’을 거론했지만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거나 억지 지원을 이끌어냈을 뿐이었다. 두 전쟁은 명백한 미국의 ‘침공’이었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 때는 미국이 반군을 엄호해주는 역할에 머물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반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한 뒤 내놓은 첫 성명에서도 “리비아의 미래는 이제 리비아 국민의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AP
 

군사적 측면에서도 리비아 개입은 성공이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전문가 샤디 하미드는 22일 ‘애틀랜틱 매거진’ 웹사이트 기고글에서 “카다피 군이 벵가지를 포위하고 주민 학살을 공언한 시점에서 긴박하게 공습을 감행, 대량살상을 피하는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민간인 피해가 없지는 않았지만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 대신 나토군은 7500여차례에 걸친 공습으로 카다피 측의 대공방어망을 무력화했다. 옛 유고연방 내전이나 보스니아 사태 때 도심지역 오폭으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고 오히려 복잡한 현지 민족집단 간 보복학살을 불러왔던 것과는 달랐다.
 

우려 속에 시작된 개입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과거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 때처럼 레짐체인지(정권교체)나 국가재건 같은 과도한 목적을 설정하고 지상군을 들여보내는 식의 전면개입이 아닌 제한적 개입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타국의 운명을 멋대로 결정하려 하는 대신 민간인 학살 예방이라는 현실적이고 납득 가능한 목표를 세운 덕분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에디터 제이슨 우크먼은 블로그에서 “리비아가 준 교훈은 제한적 개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뒤에서 이끄는(leading from behind)’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리비아를 계기로 재평가되고 있다. 부시 시절 이라크 미 군정 최고행정관을 지낸 폴 브레머는 “당초엔 뒤에서 이끈다는 전략에 회의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치안유지·재건지원 집중해야
 

그러나 국제사회의 개입이 갖는 근본적인 위험성은 여전히 남는다. ‘인도적 개입’을 명분으로 내건 군사행동이 늘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 뿐더러, 리비아의 경우도 혁명 이후의 국가재건까지는 먼 길이 남았다. 

더군다나 리비아는 자원대국이다. 아랍권에선 서방의 또다른 패권주의 개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않다. 알자지라 방송은 온라인판에서 “나토가 반군을 도운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혁명 반군의 승리”라면서 “서방이 우쭐해하며 아랍국들 앞에서 의기양양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특히 서방의 개입이 인도적 목적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며, 지정학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일단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은 권력 이양과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역할을 한정시켰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리비아의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서 나토의 역할을 낮춰잡으면서 “그들(리비아)을 돕는 건 국제사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리비아 사태에 좀더 ‘주도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중국도 리비아 석유자원을 노리고 달려들 태세다. 당장 국가재건에 자금이 필요한 리비아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유전 팔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석유이권에 휘둘리는 부패한 자원보유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석유부국이라고는 해도 오랜 독재를 거치며 리비아의 경제는 피폐해진 지 오래다. 국제사회가 돈을 주지 않으면 국민들이 새로운 ‘인도적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미국은 리비아가 이라크처럼 되지 않게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2003년 후세인 동상을 끌어내리며 환호하던 바그다드 시민들은 뒤이은 치안 부재와 경제난, 특히 에너지부족 때문에 폭도로 변했고 불안이 이어졌다. 미국은 이라크 유전을 팔아 재건자금을 마련한다는 김선달 식 계획만 세웠다가 이라크인들의 저항만 불렀고, 전후 7년간을 뒤처리에 보내야 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재정난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국들이 리비아에 큰 돈을 낼 것 같지는 않다. 카다피 일가와 옛 리비아 정권의 동결자산을 해제해주는 수준의 지원에 그칠 우려도 있다. 영국과 독일은 300억달러 규모인 리비아의 동결자산을 풀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법적인 절차’를 들어 카다피 동결자산 340억달러조차도 당장 리비아 반군측에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리비아 치안유지를 지원해주면서 향후 수립될 과도정부의 힘을 강화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토 관리들도 “앞으로의 치안유지에서는 평화유지활동(PKO) 참여의사를 밝힌 터키나 아프리카 국가들 등 다양한 국가들이 협력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LA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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