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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초등학교 중간, 기말고사를 사실상 없앴다.
꼼꼼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시내에서도 학생수가 적기로 1,2위를 다투는 곳. 그래서 교육여건이 너무나 좋다.
(사교육 극성인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이런 좋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게 문제일 뿐 -_-;;)
곽노현 교육감의 조치가 아니더라도, 꼼꼼네 학교는 이전부터 '점수'가 없었다. 오로지 점수에 4지선다에 목매고 살았던 엄마아빠는 처음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험에 몇점 받았니? 못봤다고 야단치는 게 아니라, 니가 몇점인지 궁금한데... 도대체 시험을 봤는데 점수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니?
그런데 나중에 시험지를 보니... 정말로 점수가 없었다. 국어는 27문제 중 3개를 틀렸구나, 수학은 23문제 중에서 7개를 틀렸구나... 이런 식이었다. 2학년 때 꼼양이 딱 한번 100점을 맞아온 적이 있었다. 100점이라고 써있어서 100점이 아니라, 다 맞았으니까 우리끼리 걍 100점이라고 부른 거였다. 생각해보니 좀 우습기도 하다. 점수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데, 엄마아빠는 열심히 환산해서 몇점인지 계산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시험마저 없어졌다!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나로선. 점수가 없고 시험이 없다니. 시험을 위한 시험, 문제를 위한 문제, 오로지 아이들을 줄세우기 위한, '틀리게 하기 위한' 함정으로 가득했던 시험지! 그런 게 없다니.
(이너넷에서 퍼온 웃기는 성적표)
지난달 꼼꼼이네 학교에 갔다. 학기마다 한번씩 있는 선생님과의 상담 시간. 꼼꼼이의 학습, 생활태도 등등에 대해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셨다. 워낙 열성적이시고 차분하신 선생님이라는 얘기를 들었던데다, 선생님의 인상도 듣던 바와 똑같았다. 꼼양의 덜렁거리는 태도 -_- (누구를 탓하리오;;)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공부 얘기를 하셨다. 선생님께서 숙제를 좀 많이 내주시는 편이다. 숙제의 내용은 대개 어린이용 신문 읽고 스크랩, 교과서 읽고 요점정리, 교과서에 나온 단어에 대해 좀더 찾아오기 등등.
꼼양이 4학년이 된 후로 숙제에 허덕거리는 것을 보아왔던지라 선생님께 좀 줄여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중학생 되면서부터 너무 갑자기 공부량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더 고생하는 걸 보셨다고. 그래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일부러 좀 많다 싶게 내주시는 거라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오면 되는 거라고 하신다. 더불어 꼼꼼이는 학원에도 안 다니는데 왜 숙제를 할 시간이 부족하냐는... (ㅋㅋ 이 부분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 꼼양의 수학실력에 대해 얘기하셨다. "아이들 평가를 한번 해보니 꼼꼼이는 쉬운 문제에서 실수를 했지만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고 풀더라고요. 수학은 잘 하는 편이네요."
집에 오면서 곰곰 생각해봤다. 시험이 없으니까 좋구나... "쉬운 문제에서 실수를 했지만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고 풀었으니 기본적인 이해력과 문제풀이 능력은 되는구나" 나는 한번도 이런 종류의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시험에 치여온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시험은 '틀리게 하려고' 있는 거였으니까. 시험은 나의 능력을 진정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세우기 위한 거였으니까. 쉬운 문제건 어려운 문제건, '배점의 차이'만 없다면 틀린 것은 틀린 것... 97점이랑 94점은 엄연히 다르고, 94점과 91점, 88점은 더더욱 다르다...그것이 시험의 본질 아니었던가.
그렇게 '틀리게 만들기 위한' 시험이 없어지니 '평가'는 진짜 '평가'가 되는구나. 아, 이 아이는 문제를 잘 이해하는데 실수를 하는군요. 이 아이는 계산을 잘 하는데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좀 부족하군요. 이런 평가가 가능해지는구나. 물론 학생 수가 아주 적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서울시 교육청의 이 시도가 작은 변화들을 계속 가져왔으면 좋겠다.
꼼꼼이랑 어제 반 친구들 얘기를 했다. ㄷㅇ이는 착해? ㅇㅎ는 공부 잘 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꼼꼼아, 너네는 시험을 안 보잖아. 그런데 누가 공부 잘 하고 못 하고를 어떻게 알아?"
"숙제를 잘 해오는 애는 공부를 잘 하는 거죠. 숙제를 안 해오면 못하는 거고."
그 말이 맞다. 애들은 똑똑하다. 그런데 꼼꼼이 너는 왜 요즘 숙제를 잘 안 하니.
꼼꼼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시내에서도 학생수가 적기로 1,2위를 다투는 곳. 그래서 교육여건이 너무나 좋다.
(사교육 극성인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이런 좋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게 문제일 뿐 -_-;;)
곽노현 교육감의 조치가 아니더라도, 꼼꼼네 학교는 이전부터 '점수'가 없었다. 오로지 점수에 4지선다에 목매고 살았던 엄마아빠는 처음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험에 몇점 받았니? 못봤다고 야단치는 게 아니라, 니가 몇점인지 궁금한데... 도대체 시험을 봤는데 점수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니?
그런데 나중에 시험지를 보니... 정말로 점수가 없었다. 국어는 27문제 중 3개를 틀렸구나, 수학은 23문제 중에서 7개를 틀렸구나... 이런 식이었다. 2학년 때 꼼양이 딱 한번 100점을 맞아온 적이 있었다. 100점이라고 써있어서 100점이 아니라, 다 맞았으니까 우리끼리 걍 100점이라고 부른 거였다. 생각해보니 좀 우습기도 하다. 점수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데, 엄마아빠는 열심히 환산해서 몇점인지 계산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시험마저 없어졌다!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나로선. 점수가 없고 시험이 없다니. 시험을 위한 시험, 문제를 위한 문제, 오로지 아이들을 줄세우기 위한, '틀리게 하기 위한' 함정으로 가득했던 시험지! 그런 게 없다니.
(이너넷에서 퍼온 웃기는 성적표)
지난달 꼼꼼이네 학교에 갔다. 학기마다 한번씩 있는 선생님과의 상담 시간. 꼼꼼이의 학습, 생활태도 등등에 대해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셨다. 워낙 열성적이시고 차분하신 선생님이라는 얘기를 들었던데다, 선생님의 인상도 듣던 바와 똑같았다. 꼼양의 덜렁거리는 태도 -_- (누구를 탓하리오;;)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공부 얘기를 하셨다. 선생님께서 숙제를 좀 많이 내주시는 편이다. 숙제의 내용은 대개 어린이용 신문 읽고 스크랩, 교과서 읽고 요점정리, 교과서에 나온 단어에 대해 좀더 찾아오기 등등.
꼼양이 4학년이 된 후로 숙제에 허덕거리는 것을 보아왔던지라 선생님께 좀 줄여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중학생 되면서부터 너무 갑자기 공부량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더 고생하는 걸 보셨다고. 그래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일부러 좀 많다 싶게 내주시는 거라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오면 되는 거라고 하신다. 더불어 꼼꼼이는 학원에도 안 다니는데 왜 숙제를 할 시간이 부족하냐는... (ㅋㅋ 이 부분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 꼼양의 수학실력에 대해 얘기하셨다. "아이들 평가를 한번 해보니 꼼꼼이는 쉬운 문제에서 실수를 했지만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고 풀더라고요. 수학은 잘 하는 편이네요."
집에 오면서 곰곰 생각해봤다. 시험이 없으니까 좋구나... "쉬운 문제에서 실수를 했지만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고 풀었으니 기본적인 이해력과 문제풀이 능력은 되는구나" 나는 한번도 이런 종류의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시험에 치여온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시험은 '틀리게 하려고' 있는 거였으니까. 시험은 나의 능력을 진정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세우기 위한 거였으니까. 쉬운 문제건 어려운 문제건, '배점의 차이'만 없다면 틀린 것은 틀린 것... 97점이랑 94점은 엄연히 다르고, 94점과 91점, 88점은 더더욱 다르다...그것이 시험의 본질 아니었던가.
그렇게 '틀리게 만들기 위한' 시험이 없어지니 '평가'는 진짜 '평가'가 되는구나. 아, 이 아이는 문제를 잘 이해하는데 실수를 하는군요. 이 아이는 계산을 잘 하는데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좀 부족하군요. 이런 평가가 가능해지는구나. 물론 학생 수가 아주 적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서울시 교육청의 이 시도가 작은 변화들을 계속 가져왔으면 좋겠다.
꼼꼼이랑 어제 반 친구들 얘기를 했다. ㄷㅇ이는 착해? ㅇㅎ는 공부 잘 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꼼꼼아, 너네는 시험을 안 보잖아. 그런데 누가 공부 잘 하고 못 하고를 어떻게 알아?"
"숙제를 잘 해오는 애는 공부를 잘 하는 거죠. 숙제를 안 해오면 못하는 거고."
그 말이 맞다. 애들은 똑똑하다. 그런데 꼼꼼이 너는 왜 요즘 숙제를 잘 안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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