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트마 간디 -Rediscovering Gandhi
요게시 차다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한길사
<마하트마 간디>.
이름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인물이다. 책을 읽는 사이사이, '읽고 나면 글로 남기고 싶은 감상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마지막장을 덮고 난 지금 오히려 내 머리속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내가 최근 세운 계획 중의 하나는 이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해본다는 것도 들어있었다. 850쪽이 넘는 긴 전기를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사실 의무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었다. 지난해 인도史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간디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할 거리들이 별로 없었다.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단편적인 몇가지 어휘들, '비폭력' '스와라지' '스와데시' 같은 것들 뿐이었으니까.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책을 읽었다. 재미있어서 책장을 마구 넘긴 적도 있었고, 대충대충 훑어넘긴 부분도 있었다. 책의 절반까지 오는 동안 내가 받았던 느낌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비폭력, 그러나 '무저항'은 아니다. 오히려 철두철미한 저항이되, 그 방식은 완전한 '비폭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나의 오른 뺨을 치면 왼뺨도 대주어라.
인도인 요게시 차다가 쓴 이 전기는 저자의 설명대로, 평전 형식으로 돼 있다. 연대기 순으로 기술되어 있어 간디의 드러난 행적은 쉽게 알수가 있다. 또 자료를 충실하게 언급하고 간디 주변 인물들-네루 진나 파텔 같은 정치가들-의 성격과 취향까지 생생하게 묘사해놓은 것은 큰 장점이다. 그런데도 나는 간디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없었고, 다 읽고 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금욕과 채식에 대한 무지막지한 집착, 성욕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 도대체가 '정치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정치행보들. 브라마차리아(완전무결, 욕망의 완전한 절제)를 위한 '동침 실험'(간디는 자신이 성욕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해 여제자들은 물론, 손녀와도 한 이불을 덮고 벗은 몸으로 잠을 잤다)이나 양의학을 모두 부정한 것, 단식에 매달리는 것 등등.
종교인, 사상가, 철학자로서가 아닌 정치가로서의 간디는 요즘 사람 혹은 인도인이 아닌 사람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노선도 많이 걸었던 모양이다. 영국이 약할 때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이런 걸 '고양이 쥐 생각'이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악어의 눈물'이라 할 수도 없고. 쥐가 고양이 생각해준 거라고 해야 하나? 영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영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줘야 한다, 그러니 영국을 위해 참전을 하자. 간디는 실제로 이런 주장을 했었다고 한다. 또 2차 대전 중에는 유대인들을 향해서 "히틀러의 탄압을 몸으로 받으라, 가스실로 보낸다면 가스실로 가라, 죽인다면 죽어라"라는 글을 썼고, 남아공의 감옥에 갇혀있었을 때에는 영국인 총독을 위해 신발을 만들어 출옥 뒤 선물을 했다.
그러나 책의 3분의 2 정도를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든 없든 이 사람을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리를 위해(진리에는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이 있을 수 없다) 끊임없이 나아가는 사람.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 영적인 기운과 범접할 수 없는 인격으로 결국은 주변을 감복시키는 사람. 무언가를 위해 100% 헌신하는 사람은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다(너무 극단적인 얘기인가?)
책 자체의 섬유질은 치밀한데, 간디가 어째서 그같은 사상을 갖게 됐는가 하는 부분은 설명이 부족하다. 어찌 보면 그것은 저자가 인도인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인도인이 아닌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힌두교의 정서와 문화, 역사적 맥락이 쉽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열정을 가지고 투신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무리를 해서라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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