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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퍼니 베이비 - 엄마 되는 험한 길

딸기21 2002. 5. 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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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퍼니 베이비
김지윤/대원씨아이


"내가 아주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 내 선배 부인 얘긴데, 실화야. 쌍둥이를 낳고 두달만에 임신이 됐는데 또 쌍둥이였대. 무더운 여름인데 집에 에어컨이 없었던 거야. 두번째 쌍둥이가 태어나니까 남편의 눈길이 싸늘해지더래. 집안은 네 아이로 와글와글. 이 누나의 친정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시어머니는 와병중. 그런데 하필 옆집이 공사중이라 여름에 창문도 못 열어놓고, 방 두개짜리 좁은 집에서..." 

남편이랑, 아내랑 여름밤 에어컨 바람 시원하게 틀어놓고 마루에 드러누워 나누는 납량특집 엽기괴담의 내용입니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쌍둥이 남자아기들을 키우는 종민이와 수진이, 아직 학생티를 벗지 못한 '어린' 부부에게는 임신, 출산, 더위가 그야말로 납량특집이지요. 간담 서늘해지는 '쌍둥이 괴담'을 듣고 잔 다음날, 수진이는 감기에 걸려 오한에 시달립니다.

마이 퍼니 베이비. '웃기는 우리 애들'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요? 청춘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그린 '마이 퍼니 레이디'의 후속편이라고 하는데 전편은 아직 못 봤습니다.
만화가 김지윤은 아기를 낳아본 여자가 틀림없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의 일들을 어쩜 그렇게 우스우면서도 리얼하게 그려놨는지. 
"오빠(남편), 나만큼 배 많이 나온 여자 봤어?" "아니, 못 봤어". 유난히 배가 많이 불렀다는 말을 들었던 저로서는, 이해하고도 남는 대화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배가 많이 나왔나 하는 작고도 신기한 고민. 수진이의 질문 이면에 담긴 감정까지 그대로 전이가 되더군요. 수진의 질문에 답하는 종민의 머리 위에는 생각풍선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저 배가 들어가기는 들어갈까...' 어쩜 제 남편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물론, 그 배는 아직도 완전히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만 --;)



너무 재미있습니다. 왜 재미있냐면, '사실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아기와 나, 아따아따, 아기는 외계인 등등 아기가 나오는 만화들(주로 일본만화들)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코믹진지애정어린 만화는 처음입니다. 요즘 만화들을 보면 대학생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 초등학생들이 등장해서 연애한다고 설치던데(?) 결혼까지 한 주부, 애기낳고 대학 졸업해서 직장 취직해서 겪는 일들을 소재로 삼아 심금을 웃기는 명작으로 만들어놓다니.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다 찾아봐야겠습니다.
아기 키우는 주부라면 기필코 읽어야할 필독서 명단에 올려놔도 될 것 같습니다. 아기 키우는 아빠들도 물론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