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바레인으로 반정부 시위가 퍼졌습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시민 수천명이 사흘째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마나마 시내 펄 광장에서 시민들이 집회를 하는데 경찰이 해산을 하라며 발포, 므셰이마 알리(22)라는 청년이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15일 추모집회 겸 항의시위가 열렸는데, 여기서 또다시 1명이 진압경찰에 숨졌습니다. 그러자 시위대가 광장에서 철야농성을 벌였고, 오늘까지 사흘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레인은 걸프의 섬나라죠. 면적은 760㎢, 인구가 73만8000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이 나라의 위치를 알려면 지도를 잘~ 봐야 합니다.
먼저 아라비아 반도의 걸프(여담이지만, 예전엔 페르시아만이라 불렀는데 걸프전 뒤로는 걍 '걸프'라고 하죠. 원래 영어로 그냥 Gulf라고 하면 멕시코만을 얘기하는 거였는데... '페르시아만'의 페르시아는 이란을 뜻하는 거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싫어하기도 하고요) 지도부터.
저기 빨간 점이 있는 곳;;이 아니라- 빨간 점에 가려진 부분이 바레인입니다.
확대해보면
옆의 카타르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지를 쳐나온 새끼 반도라 할까요. 카타르에는 알자지라(반도, 섬을 가리키는 아랍어) 방송이 있지요. (중세 역사학자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에도 알자지라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경우 알자지라는 아라비아 반도 자체를 가리킵니다)
바레인만 다시 확대해서 보면
수도가 마나마라고는 하지만, 거의 섬 전체가 한 도시나 다름 없습니다. 서울 면적이 605㎢니까 서울보다 좀 큰 나라라고 하면 되겠네요(인구는 10분의1도 안 되고). 아보 하드랴 도로(Abo Haddryah Road)로 사우디와 이어져 있습니다.
나라는 작지만 걸프 왕정국가 쪽으로 시위가 넘어갔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여기서도 발단은 경제였습니다. 인구 130만명 중 70%가 시아파인데 지배층은 수니파입니다. 이런 나라들은 사실 드뭅니다.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가 다수 시아파 주민들을 소수 수니파가 지배하는 구조였죠. 이라크에서나 마찬가지로, 바레인에서도 다수 시아파는 정치활동은 물론이고 취업이나 여러 분야에서 차별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아파들이 주축이 되긴 했지만 이번 시위에는 수니파 젊은이들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니까 종파갈등이라기보다는 왕정에 분노한 민주화 시위대로 봐야겠군요. 시위대는 정부의 경제 실정을 규탄하면서 하마드 국왕의 퇴진과 칼리파 총리의 사임, 그리고 개헌을 요구했습니다.
Women mourn for a protester killed during a protest on Monday, as people gather at a Shi'ite village cemetery in Sanabis, west of Bahraini capital Manama, February 15, 2011. / REUTERS
칼리파 국왕은 15일 이례적으로 국영 TV에 나와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시위자 사망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가구당 1000디나르(약 400만원)을 지급하고,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너무 얕잡아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바레인은 명목상 입헌군주제이지만 왕족들이 공직을 다 차지하고 있습니다.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 칼리파 총리는 독립 이래 40년째 총리랍니다. 현재 세계 최장수 총리가 바로 칼리파입니다. 칼리파는 1999년 즉위한 하마드 국왕의 삼촌으로, 조카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하마드 국왕.
그리고 이 사람은 칼리파 총리. 사진들 찾아보다가 깜놀했습니다. 사담 후세인인줄 알았어요;;
이러다가 사우디로까지 시위가 이어지는 것 아닐까, 지금 관심사는 이거겠죠.
바레인은 걸프의 산유국입니다. 미군기지가 있어,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레인의 시위에 사우디와 미국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만약 바레인에서 왕정이 붕괴되고 민주화가 이뤄지면 시아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있지요. 그러면 이라크에 이어 여기서도 이란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건 사우디와 미국이 완전 싫어하는 시나리오죠.
사우디는 바레인의 상황이 격해지면 개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미국은 바레인 정부와 시위대 양측에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AP통신은 바레인 왕정이 무너질 경우 미국의 걸프 군사동맹 체계도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부분은 김향미 기자의 기사를 베꼈음을 알려드립니다 ㅎㅎ)
다른 나라들을 좀 볼까요. 예멘, 요르단 등에서는 집권자들이 지레 개혁 조치들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도 1978년부터 거의 30년 넘게 독재를 하고 있죠. '거의'라고 한 것은,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시기도 있고 잠시 물러난 적도 있었기 때문...
예멘의 살레 대통령. 독재자의 아우라가 물씬 풍기죠?
암튼 살레는 알카에다 테러집단과 싸운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경제, 군사적 원조를 엄청 받아 챙겼는데 정작 성과는 없이 자기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2013년 임기가 끝나는데, 그 뒤로는 임기 연장 안 하겠다고 지난 3일 공표했습니다. 또 그동안에는 아들에게 권력 세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선언했습니다. '민주화' 약속치고는 참... 거시기하네요.
예멘은 워낙 문제가 많아서 정권이 미국의 군사지원을 받아 북쪽의 사우디 접경지대 시아파 반군, 남쪽의 분리운동 집단과 아덴만 건너 소말리아 해적 집단, 동쪽의 알카에다 집단과 각각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런 정도의 개혁 약속으로 과연 국민들이 진정될 지는 알 수 없고요.
요르단에서도 튀니지 혁명 뒤 시위가 일어나자 국왕이 총리를 바꾸는 일종의 개혁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휘발유, 설탕, 쌀 등 생필품 가격 인하를 통해 국민들에게 2억2500만달러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습니다. 요르단은 산유국도 아니고(이라크전 이전까지 후세인에게 석유를 받아 쓰는 처지였습니다) 재정도 튼튼하지 않아 돈으로 때울 수 있는 형편도 아닌 듯한데... 쩝.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나라는 또 있습니다. 쿠웨이트는 아직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여기도 돈으로 때우려는 느낌입니다. 2006년 취임한 사바 4세 국왕이 식량 40억달러 어치를 앞으로 14개월간 모든 국민들에게 나눠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국민 112만명 모두에게 내년 3월 31일까지 현금 1000디나르(약 400만원)씩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바레인은 가구당 주는데 이 나라는 1인당 준다니 조금 더 인심을 쓴 건가요. 과연 국민들이 만족할지는 알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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