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드디어 리비아

딸기21 2011. 2. 21. 19:11
728x90
'튀니지에서', '결국 이집트에서도', '이번엔 이란', '이번엔 바레인'...리비아에 대해서는 '드디어 리비아',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그 때는 글의 제목이 '마침내 사우디!'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중동 민주화 바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정말 하루하루가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튀니지, 이집트와 함께 북아프리카의 아랍권 국가인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맞선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유서깊은 벵가지, 피로 물들다

시위의 중심이 된 곳은 전통적으로 반 카다피 여론이 높았던 제2의 도시 벵가지(Benghazi, Bengasi)입니다. 벵가지는 20일 현재 시위대 손에 넘어간 상태랍니다. 일부 시위대가 폭탄차량으로 시내 군 기지를 공격했고 보안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실탄을 발사하면서 25명이 숨졌습니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일까지의 시위 사망자가 최소한 233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벵가지의 한 시민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집단학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AP통신은 “벵가지는 전쟁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Live Blog - Libya
(리비아 관련 속보는 알자지라 방송 웹페이지의 라이브 블로그에 시시각각 올라옵니다)


AP 통신이 입수해 보도한 벵가지 시내 사진. 안타깝게도 이 사진만으로는 어느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인지, 거리 분위기는 어떤지 알수가 없네요.

시위의 주무대인 벵가지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식민도시에서 시작된 유서깊은 고도(古都)입니다. 리비아는 사하라 사막 북단에 있어서,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죠. 그래서 주요 도시들은 북쪽의 지중해에 몰려 있습니다. 트리폴리는 리비아의 서쪽, 벵가지는 동쪽에 있는데요. 거리는 65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공식 수도인 트리폴리는 카다피 권력의 상징이죠. 동부의 수도로 불리는 벵가지는 동쪽의 이집트나 남쪽의 차드에서 온 이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요. 반 카다피 정서가 좀더 컸다고 합니다. 리비아 인구 640만명의 10분의1이 넘는 67만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랍니다.

역시 AP가 입수한 사진. 희생된 벵가지 시위대의 시신들.

일부 군인들도 시위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정부군이 탱크와 헬기, 박격포와 대공화기를 동원해 국민들과 전쟁을 하고 있는데, 군 일부에선 이탈이 시작됐습니다. 벵가지 시내에 주둔하고 있던 썬더볼트 부대의 군인들이 시위대 편에 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아랍연맹 주재 대사인 압델 에후니는 “정부가 무고한 국민을 살상하고 있다”면서 사직했습니다. 외국 주재 리비아 외교관들의 이탈은 계속 늘고 있다고 합니다.
리비아 동부 알 주와이야 부족 지도자는 “정부가 시위대를 계속 탄압하면 서방으로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대 부족인 알 와팔라 지도자도 “카다피는 더이상 우리 형제가 아니다, 리비아를 떠나라”고 경고했습니다.

리비아는 사회구조가 좀 복잡합니다. 아랍계, 베르베르족(베르베르족은 또 서부 베르베르족, 동부 베르베르족, 투아레그족의 세 부류로 나뉩니다)이 있고요. 그 밖에 남동부 이집트 경계선 쪽에서 넘어온 아프리카계의 테보족, 소수의 유대인과 아프리카계 이주자들로 인구가 구성돼 있습니다. 베르베르족은 대소 여러 부족으로 다시 갈라지지요.

▶ 참고자료: Libyan People


리비아의 사막지대, 특히 유전 지대는 여전히 부족질서가 위력을 발휘하는 곳이죠. 카다피는 대부족 지도자들과 결탁해 정권을 유지해왔기에, 부족들의 이탈은 눈여겨봐야할 부분입니다.

트리폴리로 시위 전파

지금 취재진의 입국이 막혀 있어, 외신들도 대부분 현지 전화인터뷰나 통신원을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상황을 알기는 힘들지만 벵가지의 시위는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로도 점차 퍼지고 있다고 하네요. BBC 보도에 따르면 트리폴리에서 총성이 잇따르고 있다는군요.

아직까지 카다피 측은 내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듯합니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의 연설이 리비아 관영TV에 생중계됐습니다. 사이프는 “리비아는 튀니지, 이집트와 다르다”면서 “마지막 총알 한 알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Gaddafi's son warns of civil war

사이프는 올해 39세로 런던경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텔리입니다. 1997년 카다피 국제재단을 창설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습니다. 카다피의 후계자로 여겨져온 인물이죠. 하지만 정작 카다피는 이렇다할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로 도망쳤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사이프는 부인했습니다.

혁명 부문과 공화국 부문, 리비아의 독특한 정치구조

리비아는 우리와는 좀 다른 정치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1969년 카다피의 혁명으로 현재의 틀이 만들어졌는데, 국가가 2개의 부문으로 나뉘어 있답니다.


첫 부문은 혁명 섹터입니다. 카다피는 공식적으로 리비아의 대통령이 아니며, 직함은 어디까지나 대령입니다. 그런데도 통치권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혁명 부문의 최고권력기구인 혁명위원회의 의장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혁명위원회 멤버는 선출직이 아니며 혁명에서 공을 세웠던 카다피의 측근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두번째 부문은 줌후리야 즉 공화국 섹터입니다. 1500개 지역구로 이뤄진 지방 인민의회가 있고 그 상급 의회 격으로 32개 샤비야트(Sha'biyat는 아랍어로 인민,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리비아의 광역 행정구역을 샤비아트라 부릅니다)의 의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중앙의 인민의회, 우리식으로 하면 국회가 있습니다. 4년마다 지방의회는 자기네 지도자들과 행정직인 지역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뽑습니다. 중앙 인민의회는 각료에 해당되는 중앙 인민위원회 위원들을 선출하는 구조입니다.

말로만 들으면 민주적인 것 같죠? 하지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혁명 섹터가 비민주적입니다. 리비아의 혁명위원회는 이란의 혁명수호위원회와 같지만, 카다피가 사실상 모든 권한을 독점한다는 점에서 이란보다는 과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이끌었던 혁명수호위원회와 더 유사한 듯 싶습니다.

언론 자유도 없습니다. 정부가 국영, 반관영 매체들을 모두 통제합니다. '트리폴리 포스트' 같은 민영 언론들도 검열을 받습니다. 1972년부터 정당활동을 모두 법으로 금지시켰습니다. 그 해 만들어진 법에서 일부 비정부기구 활동은 허용하도록 했지만 그것들도 다 혁명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조항이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비정부기구도 얼마 안 되고 활동도 형식적이라고 합니다. 학계나 전문가그룹도 이런저런 형태로 인민의회나 인민위원회에 연결돼 있어서 자율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가 42년간 똑같다는 게 비민주성을 방증하는 거겠죠.



이번 유혈사태가 일어나기 전, 아름다운 벵가지의 모습. 사진 www.panoramio.com

카다피는 현재 세계 최장기 집권 독재자입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1959년 집권해서 한동안 세계 최장기 집권자였는데 2006년 병환으로 쓰러졌죠. 그러고 나서 2008년에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국가지도자 자리를 물려줬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49년간 집권했고... 현재도 공산당 당수직은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만.

그 다음으로 유명했던 것이 가봉의 오마르 봉고 대통령이죠. 1967년 집권했는데 2009년 숨졌고, 아들 알리 벤 봉고가 권력을 세습했습니다. 카스트로와 봉고가 늙거나 숨져 물러난 지금, 가장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는 사람이 카다피랍니다. 1969년 집권을 했는데 그때 불과 27세였습니다. 올해로 집권 42년째인데 아직도 70세가 채 안돼 이번 시위 직전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카다피... 이러지 말란 말이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다른 독재자들도 간담이 서늘할 것 같습니다.


세계의 장기집권 독재자들을 잠깐 살펴보면.

서아프리카의 소국 적도기니의 오비앙 음바소고 대통령이 1979년 집권해서 올해로 32년째입니다. 같은 해에 집권한 것이 앙골라의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대통령이고요. 1980년 독립과 함께 집권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국제적인 비난 속에서도 건재하죠.

아프리카의 장기집권 독재자들, 사실 이 세 사람 말고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장기집권 독재자들이 유독 중동에서는 늦도록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1981년 취임한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며칠 전 쫓겨났고요. 

중동에서 다소 특이한 사례가 며칠 전 포스팅한 바레인의 경우인데요. 하마드 국왕이 따로 있지만 실권을 휘두르는 것은 1971년 독립 이래로 40년간 집권한 칼리파 총리입니다. 실질적인 집권으로 따지면 카다피 다음이 바레인의 칼리파 총리인 듯하네요.

예멘의 알리 압둘 살레 대통령은 1978년부터 집권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1990년 취임'이라고 썼는데, 78년부터 90년까지 살레는 북예멘 대통령이었습니다. 90년 남북 예멘이 통일되면서(내전 끝에 사실상 북예멘으로 흡수통합) 살레가 '통일 예멘'의 대통령으로 명함만 바꾼 것이니 78년부터 집권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저 사람들 속으로 많이 두려워하고 있을 것 같네요.


'딸기가 보는 세상 > 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민 탈출도 빈부격차  (0) 2011.02.28
리비아와 카다피에 대하여  (11) 2011.02.23
드디어 리비아  (7) 2011.02.21
섬나라 바레인에서도 시위  (1) 2011.02.16
이란 '제2의 혁명' 일어날까  (0) 2011.02.15
중동 인명  (0) 201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