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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2의 혁명' 일어날까

딸기21 2011. 2. 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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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혁명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이집트에 이어 이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어제(14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벤 알리, 무바라크, 다음 순서는 사예드 알리”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이란 최고종교지도자인 아야툴라 하메네이의 이름이 사예드 알리죠.



An Iranian ptotester throws a stone at riot police during an anti-government demonstration, 
under the pretext of rallies supporting Arab uprisings, in Tehran on February 14, 2011. AFP


지난 2009년 대선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을 때에 처음엔 선거부정에만 항의했는데 나중에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한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하메네이의 경칭을 생략하고 이름만 부르네요.



시위 중심지인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는 1만명의 보안병력이 배치됐습니다. 시위대와 진압 병력이 부딪치면서1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집트 시위 때에는 '중립'을 지킨다며 은근슬쩍 무바라크 편들던 힐러리 클린턴.
이란 시위에서는 냉큼 시위대 편을 드네요.


이번 시위는 
재작년 대선 때 개혁파 후보로 나섰다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대통령에게 패했던 야당 후보들이 먼저 제안했습니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메흐디 카루비라는 두 야당 지도자인데요.

야당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 ▶ 

이 사람들이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을 지지하는 평화집회를 14일 아자디 광장에서 열자고 제안을 하면서, 내무부 장관에게 집회 허가신청을 냈는데 불허됐습니다. 이란 정부는 시위금지령을 내리면서 무사비와 카루비를 가택연금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미 재작년 시위 때도 그런 걸로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 판명났지요. 당국이 페이스북 차단하고 주요 광장이 있는 지역들에서 휴대전화 서비스까지 중단시켰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고 SNS 통제의 빈틈을 활용해서 집회에 나왔다고 합니다.

이집트 혁명의 주무대는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이었죠.

타흐리르는 아랍어로 '해방'이라는 뜻입니다. 웬만한 아랍권 나라에는, 타흐리르 광장은 하나씩 다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도 가보았고, 이라크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도 가보았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거대한 기념탑이 있어서 카이로처럼 전통적인 느낌보다는 권위주의 선전용 광장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 사실 바그다드에서 유명한 곳은 타흐리르 광장보다는, 미군 점령 뒤 후세인 동상이 끌어내려지는 모습으로 외신을 탄 피르도스(천국) 광장이랍니다.

카이로의 타흐리르, 바그다드의 피르도스에 비견되는 테헤란의 광장이 아자디 광장이라고 합니다.

이란은 아랍권이 아니고 파르시(페르시아어)를 쓰는데 그 나라 말로 아자디가 '자유'라는 뜻입니다.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은 이란 현대사의 고비 때마다 배경으로 등장한 곳이죠.
과거 파흘라비(팔레비) 왕조 시절에는 샤흐야드 광장이라 해서, ‘왕의 기념 광장’이라 불렸는데 1979년 호메이니가 이슬람혁명 뒤 자유광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거대한 자유기념탑을 세웠습니다. 국가 기념행사들이 다 펼쳐지는 중심광장이죠.


아자디 광장 /사진 위키피디아


2009년 6월에는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여기서 야당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여 광장이 피로 물들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인 11일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여기서 혁명 32주년 기념연설을 했는데 사흘 뒤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셈입니다.


그런데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이집트는 전제왕정이거나 장기독재정권이 철권통치를 해온 나라들이죠.
이란은 저런 나라들하고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억압적인 신정체제이긴 하지만 엄연히 민주선거로 정권이 교체되는 나라입니다. 현 보수강경파 대통령 집권 전에 8년 동안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집권했었고, 그 전 8년은 중도 온건파인 하셰미 라프산자니가 집권했습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 

이번 정부가 재작년 대선 때 시민들 항의시위를 무력으로 짓밟긴 했지만 선거에서 이긴 것은 사실입니다.  
시위대가 '하메네이 물러가라'라고 하는 것은, 현 정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신정체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란의 경우는 '독재냐 반독재냐'라기보다 '시민 자유가 있는 세속국가로 갈 것이냐, 현재의 반미 신정체제를 유지할 것이냐'가 이슈가 되겠지요.

아무튼 가장 걱정되는 것은 유혈사태입니다.

이란은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죠. 남이 쉽사리 쥐고 흔들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이 정권 물러나라 겁주고 윽박지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 

사법부를 장악한 성직자층, 몇 년 동안 억압을 받았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 무력을 장악한 군부인 혁명수비대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점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민의 힘,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여러 집단들의 역학관계에 따라 사태가 진행될 것이고요.

당초 이집트와 튀니지 혁명을 이란 정부는 환영했습니다. 아랍 친미정권들이 붕괴된 것이기 때문이죠. 이번 사태로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일단 정부는 시위 원천봉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네요. 시위대는 18일 다시 집회를 연다고 하니 자칫 또다시 유혈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못나 터진 중동 독재자들이 '시위 도미노'를 맞아 벌이고 있는 짓들을 알자지라 방송이 정리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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