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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으로 '전쟁 확대'?

딸기21 2010. 1. 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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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예멘을 상대로 대테러전을 확산시킬 조짐이다. 노스웨스트 항공기 테러미수범이 예멘 알카에다와 관련있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확인한데 이어,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이 미국 언론들과 회견하며 ‘예멘 알카에다의 위험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이미 내부 분쟁으로 ‘3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예멘에 미국이 개입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문제는 예멘” 백악관의 공세

하와이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4일 워싱턴으로 돌아온 오바마는 5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안보 보좌진과 만나 성탄절 테러미수 사건의 경위와 대책 등을 의논할 계획이다. 앞서 오바마는 “테러범은 예멘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와 관련이 있다”고 못박았으며 예멘 알카에다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대테러 차르’로 불리는 브레넌 보좌관은 3일 ‘폭스뉴스 선데이’와 ABC방송 ‘디스위크’ 등에 잇달아 출연해 “예멘 알카에다 조직이 진화하고 있다”, “예멘 알카에다 확산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앙정보국(CIA)에서 25년간 잔뼈가 굵은 브레넌은 특히 1990년대 사우디 지국장을 지내 중동 사정을 잘 안다. 유력 정치인 조 리버먼 상원의원은 지난 연말부터 “포트후드 미군기지 총기난사범도, 항공기 테러미수범도 모두 예멘과 관련이 있었다”면서 예멘 알카에다 ‘선제공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대테러전’이라는 용어를 폐기했지만 실제로는 아프가니스탄 증파, 예멘 전선 확대 등 대테러전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미 미국은 예멘 정부의 대테러전에 물적·인적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예멘 원조액은 지난해 4030만달러에서 올해는 6300만 달러로 늘어난다. 특수부대 교관들을 보내 예군을 훈련시키고 있고, 정찰위성과 통신장비도 지원했다.






‘3개의 전쟁’ 치르는 예멘

문제는 예멘의 정정불안이다. 북서부에서는 시아파 후티반군이 정부군과 교전중이다. 남부에서는 분리운동 세력과의 내전이 확산되고 있고 동부에서는 알카에다가 기승을 부린다. AQAP 조직원 수는 200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이 포섭해 ‘살인무기’로 쓸 수 있는 젊은이들은 널려 있다. 스웨덴 테러전문가 마그누스 란스토르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라크에서 싸웠던 예멘 출신 무자히딘(이슬람 전사)이 2000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소말리아라는 불안요인도 큰 변수다. 소말리아 난민 20만명이 예멘 남부의 불안정을 부추기고 있다. 소말리아 극단조직 ‘알샤바브’는 “예멘 알카에다를 지원하기 위해 무자히딘들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데이비드 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이 예멘을 방문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만난 뒤 예멘 정부는 알카에다에 대한 공세를 확대했다. 하지만 예멘 정부가 알카에다를 진압할 능력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현 AQAP 지도부 중 상당수는 2006년 2월 수도 사나의 감옥에서 탈출한 이들이다. 당시 이들의 탈옥을 예멘 군 내부에서 도와줬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예멘 정부는 지난연말 두 차례 대공세로 포트후드 총기난사사건과 관련 있는 안와르 알 올라키 등을 사살했다고 밝혔으나, 알 올라키는 며칠 뒤 건재를 과시했다.

옵션이 없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영자신문 걸프뉴스는 4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개입은 오히려 알카에다의 힘을 불려주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정부에 돈을 퍼주고 테러기지들을 오히려 확산시킨 파키스탄 꼴이 될수도 있다. 이대로라면 ‘부시의 전쟁’에 이어 ‘오바마의 전쟁’이 아라비아 반도로 확대돼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알카에다는 미국의 공습에 ‘보복’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알카에다는 2008년 9월 사나의 미대사관을 공격해 10여명의 사상자를 냈고, 지난해 1월에도 대사관 입구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미국과 영국이 3일 사나 주재 대사관들을 폐쇄한 것은 “4명의 테러범이 자폭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세-알카에다의 보복공격-미국의 공세 강화-더 큰 테러공격’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예멘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뉴튼은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공세를 강화하려 한들, 이미 진행중인 프레데터 무인공습기 지원 정도 외에는 할수 있는게 별로 없다”면서 예멘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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