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팔레스타인의 벽화 예술

딸기21 2009. 12.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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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침공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은 여전히 처참하다. 전기도, 난방용 기름도, 물과 식량 등 생필품 공급도 모두 이스라엘군에 봉쇄돼 난민촌 주민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 그러나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저항의 의지와 함께 예술이 피어난다. 알자지라 방송은 30일 인터넷판에 미사일과 화학무기가 휩쓸고 간 가자지구의 폐허에서 빛을 발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벽화 예술’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인구가 밀집한 가자시티와 난민촌 골목 곳곳에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공격과 봉쇄, 그로 인한 팔레스타인의 눈물을 묘사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스프레이로 서툴게 갈겨쓴 구호들도 있지만, 근래에는 정교하고 컬러풀한 벽화로 진화하는 추세다. 쿠파체, 디완체, 나크시체 등 아랍어의 여러 서체들이 예술적인 형태를 뽐내는 그래피티(벽화·낙서)들도 보인다. 이스라엘에 살해된 ‘순교자’에 대한 추모, 저항의식을 담은 그림 뿐 아니라 이웃의 결혼을 축하하고 하지(이슬람 성지순례)를 기념하는 ‘생활형 벽화’들도 많다.
때로는 벽화와 낙서가 정치토론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가자지구는 하마스 세력이 강한 곳이지만 팔레스타인 주류 정파인 파타나 좌익 계열 정치조직들도 활동하고 있다. 가자시티의 도심에는 정파별로 ‘낙서 구역’이 정해져 언론의 역할을 한다. 하마스는 녹색, 파타는 검정, 좌파조직들은 빨간 색을 많이 쓴다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거리 미관을 해치는 낙서를 막으려고 법으로 처벌까지 하고 있지만 가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2007년 가자를 장악한 하마스는 주민들에게 색색의 스프레이를 공급하며 낙서 예술을 밀어주고 있다. 그것이 저항의 수단이자 의사소통 방식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어 서체들과 그래피티 기법을 가르치는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사실 그래피티를 통한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80년대 1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 때로 거슬로 올라간다. “인터넷도 통신수단도 없던 시절에 우리는 이스라엘의 점령 속에서 낙서를 통한 의사표현을 시작했다.” 가자시티의 벽에 그림을 그리는 파타 쪽 낙서예술가 아이만 무슬리(36)의 말이다. 무슬리는 14살 때부터 벽화를 그리고 있다.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90년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서자 신문, 라디오, TV, 이동전화 등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한번 생겨난 그래피티 문화는 사라지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됐다. 일본이 500만달러를 내 가자지구의 주택개선사업을 지원했는데, 새로 흰 페인트칠을 한 벽들은 벽화예술가들의 캔바스로 변했다. 2000년 2차 인티파다 뒤 벽화예술은 한 차례 더 진화를 했다.
낙서 투쟁이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저항 구호를 쓰다가 이스라엘군에 잡혀가거나 사살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무너진 집더미들 사이사이에서도 여전히 벽화예술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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