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저물어 갑니다.
제멋대로 세계 뉴스 정리해봅니다.
아시아는 어떤 한 해를 보냈을까요...
예년에 비해 대규모 분쟁이나 참사는 그래도 적었던 것 같네요. 그 대신 주요국들 정치구도의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결정된 것, 일본 하토야마 정권이 물러나고 민주당 내 분란이 벌어진 것, 태국 친탁신계 시위, 버마 아웅산 수치 여사의 석방 등이 주요 뉴스로군요.
먼저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차기 중국의 지도자로 결정됐습니다.
10월 18일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의 하나인 제17차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57)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됐습니다.
이로써 시진핑은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직을 예약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10월의 제18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을 잇는 제5세대 지도자로 등극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 사회의 후진적인 모습도 드러났던 한 해였습니다. 중국의 ‘자유’ 문제가 도마에 올랐죠.
세계적인 검색엔진 구글이 3월 중국에서의 검색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2006년 구글이 중국에 진출한 지 3년만이었지요. 중국 당국의 검열이 문제가 돼 벌어진 일입니다.
또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옥중에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선정되면서 서구 대 중국의 대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노벨 위원회가 있는 노르웨이와 중국 간에 외교마찰 조짐까지 일었죠.
중국 선전의 전자제품 공장에서 벌어진 노동자 연쇄 자살사건도 있었죠.
대만 전자제품 생산업체인 폭스콘의 중국 선전 공장에서 올 상반기 내내 1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살을 시도했죠. 모두 10대나 20대 초반 젊은 노동자들. 세계의 굴뚝으로 불리는 중국 내 열악한 노동현실을 세계에 다시한번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문제의 공장은 아이패드 부품도 생산하는 곳이라 해서 애플까지 나서서 진상조사를 했는데요. 초과근무 등 열악한 노동환경과 비인간적인 대우 같은 것들이 드러났습니다. 노동자들의 나라임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중국의 이면이었던 거죠.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 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고속 성장하는 중국사회의 병폐를 드러낸 ‘묻지 마 칼부림.’
지난 4~5월 중국 장쑤성 타이싱 시, 광둥성 레이저우 시, 푸젠성 난핑 시 등지에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어린 학생들을 노린 이른바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당국은 정신질환자의 소행이라고 하면서 언론 보도를 통제했지만,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성장통을 보여주는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측면도 있고, 사회가 급속히 변하면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폭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당국은 쉬쉬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묻지 마 살인 풍자가요가 퍼졌습니다.
중국 칭하이 성에서는 또 지진이 났죠.
4월 13일 중국 칭하이성 위수현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일어나 200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브라질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 급거 귀국했는데요. 지진 희생자 가운데에는 학교 교사 붕괴로 사망한 학생들이 적지 않아 쓰촨 지진 때처럼 학교건물 부실 건축이 비판받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8개월 만에 단명 총리로 퇴진했습니다.
지난해 ‘역사적인 정권교체’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6월 2일 사퇴했습니다. 하토야마 정권은 지난해 9월 일본 정치사상 처음으로 투표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경험 부족과 정책 혼선 등으로 8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총리가 취임 1년도 안돼 물러나는 것은 2006년 아베 신조 총리 이후 연속 4번째입니다. 일본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군요.
하토야마 총리는 대미관계 현안이 됐던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문제로 내내 발목을 잡혔는데요. 후덴마 미군 비행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 했다가 미국의 강경한 반대입장에 부딪쳤고,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비난만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하토야마 개인의 정치적, 외교적 역량이 많이 부족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가 후텐마 기지.
입지전적인 인물인 간 나오토 총리가 뒤를 이어받았죠.
간 나오토 민주당 대표가 하토야마 사임 이틀 뒤인 6월 4일 제94대 총리에 선출됐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총리만 교체된 거죠. 간 총리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10선 중의원 의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등과 함께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이끈 주역입니다. 일본의 세습 정치인들과 달리 1960년대 학생운동과 시민단체를 거쳐 맨손으로 출발해 총리까지 오른 인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
7월 1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은 총 106석으로 과반의석에 크게 미달, 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했습니다. 반면 자민당은 약진을 펼치며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자민당의 승리는 민주당에 대한 불만과 실망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분석됐습니다.
사실 이 선거는 간 총리가 국민들의 승인을 받느냐 아니냐를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압승하지 못함으로써 이후 정국 운영에서 힘을 받지를 못하게 됐죠. 패인은 소비세 문제였습니다. 일본 재정적자가 IMF 경고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어서 소비세를 인상하려고 했는데, 경제 회복도 덜 된 상태에서 세금 인상을 강조했다가 야당인 자민당의 공격을 받고 유권자들의 민심을 잃는 결과가 됐던 거죠.
간 나오토 일본 총리. /경향신문 자료사진
더군다나 민주당 안에서 간 총리 측과 오자와 간사장 측과의 싸움으로 내홍이 일어났습니다.
간 총리는 취임 뒤 주요 각료와 당직에 오자와 간사장에 비판적인 인물들을 앉혀 오자와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애를 썼지요. 오자와는 정치자금 의혹에 발목 잡힌 처지여서, 정치력이야 소문나 있지만 국민들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오자와 불기소 처분을 했지만 시민들로 구성된 일본 특유의 검찰 견제기구인 검찰심사회가 두 번이나 기소 권고를 해 결국 오자와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9월 14일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간 총리가 이겨서 일단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양측 간 앞으로도 힘 싸움이 계속될 듯합니다.
8월 간 총리 한일강제병합 담화도 관심거리였습니다.
간총리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8월 10일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가 초래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간 총리는 또 “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봉환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을 앞으로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한국 정부는 담화에 환영을 표시했고...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반성을 실천으로 옮길지가 중요하겠죠.
장수대국 일본, 노인들 생사불명·관리소홀 드러나 망신
일본 전국 10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살지 않는 ‘행방 불명자’ 혹은 이미 숨진 사람들이 수십명에 이르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자치단체들이 고령자 수당을 내주면서도 관리를 잘 하지 않아 빚어진 일. 고령연금이나 수당을 자식들이 대신 받기 위해 부모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언론의 추적으로 이런 일이 드러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됐고요. 지난 8월 후생노동성이 자치단체들에 전국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중-일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한동안 시끄러웠죠.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부근에서 영해를 침범했다면 선박을 나포, 중국 선장을 구금하면서 해묵은 분쟁이 다시 불거졌는데요. 중국이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끊는 등 강경자세로 나오자 결국 일본이 선장을 풀어주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미-중 파워게임 양상으로까지 치달았습니다. 중국은 대양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 여러 국가들과도 자꾸만 부딪치는 양상이로군요. 중국이 패권국가로 나서는 한 계속해서 벌어질 일인 것 같습니다.
필리핀에서 코라손 아키노 전대통령 아들이 대통령이 됐죠.
5월 11일 필리핀 대선에서 민주화의 상징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베니뇨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50·자유당)이 당선됐습니다. 과거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맞서다 암살당한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과 코라손 전 대통령의 아들이죠. 세계 최초로 ‘모자(母子)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키노는 12년전 정계에 입문했지만 이렇다할 경력은 없었는데,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정권의 부패를 집중 공격하며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족벌정치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아키노는 부패 척결과 빈부격차 해소를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그 자신 특권층 출신이죠. 아버지 아키노 집안이나 어머니 코라손 집안 모두 대지주입니다.
역대 필리핀 대통령은 대부분 대지주 가문 출신입니다. 스페인·미국 식민통치 세력과 결탁한 족벌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현직 대통령이던 아로요는 비판을 무릅쓰고 총선에 나와 의원으로 변신했고, 심지어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와 그 아들·딸 모두 마르코스 가문 고향에서 하원·상원·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코라손 아들이라는 기대감과 왕조정치의 연장이라는 냉소 속에 집권한 노이노이 새 대통령,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행보는 보여주지 않고 있네요.
버마(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가 드디어 석방됐습니다!
11월 13일, 버마 민주화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가 7년만에 가택연금에서 풀려났습니다. 이튿날 첫 공식 연설에서 민주화를 위한 시민 참여를 역설하면서 다시 정치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는 군부 정권이 보낸 변화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면서 일제히 환영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명예대주교 등 열렬한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정치범들 감옥에 갇혀 있고, 최근 치러진 버마 총선에선 군부독재정권의 하수인 격인 친정부 정당 승리했죠. 오랜 제재로 경제는 피폐화된 상태입니다. 풀려난 뒤 수치여사의 행보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가 갈릴 것 같습니다.
태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습니다.
탁신 전 총리 세력인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 회원들과 탁신 지지자들이 3월 전국에서 방콕으로 결집하는 ‘100만명 행진’을 벌였습니다. 탁신 복귀를 원하는 ‘붉은셔츠’ 시위대는 3월 17일에는 참가자들에게서 모은 피를 정부청사 주변에 뿌리며 ‘혈액 시위’를 하기도 했지요.
시위는 4~5월에도 계속됐습니다. 군이 무자비한 유혈 진압에 나서, 결국 5월 19일 시위사태를 66일만에 종료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 7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부패 의혹을 받긴 했지만 국민이 뽑은 탁신을 쿠데타로 몰아내고 왕당파·친군부 엘리트들의 정권을 갈아 치운 것이 태국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무력 진압을 하긴 했지만 탁신을 지지해온 농민·빈민·서민들의 불만은 언제나 물밑에 상존하고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정권 교체와 소수민족 소요
4월 7일 중앙아시아의 빈국 키르기스스탄에서 소요가 일어나 유혈사태가 빚어졌습니다. 5년 전 '튤립혁명'의 영웅이었던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은 수도 비슈케크를 탈출, 도주하는 신세가 됐고 외무장관이던 로자 오툰바예바가 일주일 뒤 임시 대통령이 됐습니다.
6월 9일과 10일 키르기스스탄 변경,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오래된 도시 오슈에서 다수 민족인 키르기스계가 소수파인 우즈베크계를 공격해 수백명이 숨지고 우즈베크계의 대탈출이 이어졌습니다. 사태는 무력진압됐고, 오툰바예바가 정식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Uzbeks inspect their burned house in an Uzbek district in the southern Kyrgyz city of Osh,Thursday, June 17, 2010.
파키스탄 북서부에 또다시 물난리 재앙이 일어났습니다.
미군과 파키스탄 정부군의 ‘탈레반 제거작전’으로 초토화됐던 북서변경주 일대에 물난리가 나 1600명 이상이 숨지고 100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습니다.
북서변경주는 파키스탄 북서부의 산악지대입니다. 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북쪽으로는 중국과 접경하고 있습니다. 몬순(열대 계절풍)이 몰고 온 폭우 때문에 이 일대는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기후 재앙에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입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일대에 매년 재앙이 닥치는데 파키스탄 올해 피해가 컸습니다.
아프간 전황은 여전히 미국의 고민거리.
미군과 영국군은 2월 남부 헬만드주 마르자 대공세, 그리고 6월과 9월에 탈레반의 거점인 칸다하르 대공세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마르자를 장악했다가 몇 달 뒤 다시 내주고, 칸다하르 장악에는 결국 실패했지요.
올해도 진전은 없었고, 전쟁 기간은 이미 베트남전 기록을 넘어서 1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던 스탠리 매크리스털이 오바마 정부의 아프간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가 경질되는 내홍까지 겪었습니다.
아프간 코 잘린 여성 사건
아프가니스탄 소녀 비비 아이샤(18)가 8월 9일자 미국 시사주간 타임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아이샤는 지난해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학대와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친정으로 도망을 쳤다가 탈레반을 대동한 남편에 코와 귀가 잘리는 ‘즉결 재판’을 받았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이 다시 탈레반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입니다. 아프간 현 정부는 탈레반 온건파와의 협상, 심지어 권력 분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전쟁에 질려 이를 뒤에서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샤의 기사가 나가고 며칠 뒤 아프간 북부 쿤두즈주 아르키 지역에서 25세 남성과 19세 여성이 간통했다는 이유로 돌팔매질 처형을 당했습니다. 아이샤는 미국에 가서 코 재생 수술을 받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의 고난은 가시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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