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영미프중러 일제히 인도로

딸기21 2010. 12. 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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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여러 가지 선물을 줬는데, 이번엔 러시아가 질세라 인도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1일과 22일 이틀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습니다. 21일 델리에 도착한 메드베데프는 만모한 싱 총리와 만났습니다. 




Russian President Dmitry Medvedev, left, and Indian Prime Minister Manmohan Singh 
shakes hands before talks in New Delhi, India, Tuesday, Dec. 21, 2010. /AP


요즘 각국 지도자들 인도 방문이 줄을 잇고 있죠.
요즘 인도가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하는 나라인데다 워낙 인구도 많고 대국이어서 아주 콧대가 높은데요. 그럴만도 한 것이, 지난 7월에는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방문을 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어 델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일주일 전인 15~17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를 찾았죠. 오바마부터 원자바오까지, 이들이 모두 지난 6주 사이에 인도를 방문한 정상들입니다. 

인도 영자신문 더타임스오브인디아의 기사 첫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화요일 인도에 도착했다. 군사협력과 무역협력을 강구하기 위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메이저 이코노미)을 찾는 글로벌 리더의 기나긴 행렬 중 가장 최근 케이스다.” 

요즘 인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더타임스오브 인디아/ Russia, India agree defense and nuclear deals


메드베데프와 싱 총리 간에는 어떤 협상이 벌어질까요.
아직 22일의 일정이 남아있습니다만, 굵직한 거래들이 많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인도의 전통적인 맹방입니다. 특히 핵 문제에서는 러시아가 인도의 기술적 성장을 물밑에서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유럽과 미국이 인도에 많이들 손을 뻗으면서, 무기 거래와 핵발전소 건설 등에서 러시아가 인도에서 가졌던 이권을 빼앗기는 추세였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그것들을 되찾아오는 데에 사활을 걸 것 같습니다. 




Chinese Premier Wen Jiabao, left, and Indian Prime Minister Manmohan Singh 
speak at Hyderabad House in New Delhi, India, Thursday, Dec. 16, 2010. /AP 


당장 러시아는 인도에 무기를 팔려고 하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방위산업 관련 거래를 할 것이라고 양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데요, 일단 러시아는 이른바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공동개발 형식으로 인도에 팔려 합니다. 10년간 스텔스 전투기 250~300대를 개발·생산하는 이 계획은 사업규모가 300억 달러(약 34조6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러시아는 또 미그(MiG)-35 전투기 126대를 팔려고 하는데 그 금액은 총 120억달러 가량입니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전투기와 탱크, 잠수함 등 무기와 군사설비를 가장 많이 증강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16년까지 인도 방위산업 시장이 1120억 달러(약 129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미국, 유럽, 러시아가 모두 눈독 들이는 시장이죠.






Indian Prime Minister Manmohan Singh meeting the PM of UK, Mr. David Cameron
in New Delhi on July 29, 2010. /AP


러시아산 원자로들을 인도 핵발전소에 공급하기 위한 거래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금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 원자로 2기를 짓고 있는데, 그것 말고 2기를 더 짓기 위해서 계약을 완결지으려고 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습니다. 
그 외에도 러시아는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전방위로 강화하고 싶어 합니다. 이번 방문에 러시아 재계 지도자 100여명이 동행을 했다고 합니다. 사업가들이 싱 총리 뿐 아니라 집권 국민의회와 여당 당수인 소니아 간디 여사 등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드베데프와 기업가들은 22일에는 인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뭄바이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French President Nicolas Sarkozy, left, is greeted by Indian Prime Minister Manmohan Singh 
before their meeting at Hyderabad House in New Delhi, India, Monday, Dec. 6, 2010. /AP


그렇게 물건 사주고 인도가 얻는 것은 뭘까요?

어쩌면 ‘빅딜’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유엔 안보리에는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이 있죠. 안보리는 철저하게 힘에 의해 좌우되지만, 이 구조가 너무 오래되다 보니 실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 중남미에서는 브라질,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안보리를 확대 개편해서, 명실상부 국제사회의 힘의 균형을 반영하고 각 대륙들의 발언권이 보장되는 논의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입니다. 이들은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으로 자기네들을 끼워달라고 주장합니다.




U.S. President Barack Obama and India‘s Prime Minister Manmohan Singh 
participate in a joint news conference at Hyderabad House in New Delhi, India, November 8, 2010. /Reuters


최근 몇 달 새 인도를 다녀간 정상들, 미국·중국·영국·프랑스 그리고 이번엔 러시아입니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정상들이 다 인도를 찾은 겁니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 정상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문제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2일 협상에서 싱 총리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지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러시아 입장에서도 이를 거부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인도와 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의 입장은 미지수인데요, 당장 결론 날 문제는 아니지만 안보리의 확대개편 당위성은 다들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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