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미국, 또 보잉 편들기

딸기21 2005. 5.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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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다시 유럽계 항공사 에어버스 발목잡기에 나섰다. 목적은 분명하다. 에어버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미국산 보잉 항공기를 다시 `띄워' 보겠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이 WTO에 유럽연합(EU)의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 무역대표부 롭 포트먼 대표는 "EU가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결정한 탓에 강한 대응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방침이 전해지자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 정부가 보잉사에 내주는 보조금과 유럽측 에어버스 보조금을 모두 줄이자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만델슨 집행위원의 대변인인 클로드 베론-레비유는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나온 것은 유감스럽다"며 EU측 입장을 설명했다. BBC는 EU측이 현재 에어버스의 중형항공기인 A350 제트기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을 30%까지 줄일 의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에어버스는 A350 제작비용(대당 30억달러)의 3분의1 이상을 유럽각국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EU의 제안에 미국은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EU의 `비행기 마찰'은 처음이 아니다. 세계 민항기 시장에서 영원히 1위를 지킬 것 같았던 보잉이 지난 2002년 에어버스에게 수주액 선두 자리를 내주자 미국은 유럽 측 보조금 문제를 들고 나왔다. 올 초 에어버스가 840명까지 탑승 가능한 초대형 여객기 A380을 출시한 뒤 EU는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마찰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실무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유럽이 에어버스를 지원, 불공정경쟁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럽은 미국도 보잉사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갈등의 와중에 EU는 최근 에어버스에 17억 달러의 보조금을 추가 지원키로 결정했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WTO 제소라는 카드를 들이민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여차하면 WTO에 미국의 보잉 보조금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맞불을 놓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치는 삼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볼멘 소리에 대해 "미국 기업이 밀리면 정부가 나서서 남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일본 자동차산업에 딴죽을 걸고, 중국산 옷가지가 넘쳐나자 위안화 환율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보잉사를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적이 여러번 있다.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군수산업과 민항기 산업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보잉이었다.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전 뒤 보잉사 군수공장에서 승전 기자회견을 갖는 등 노골적으로 보잉 띄우기에 나선 바 있다.

미국 군수산업을 이끌어온 보잉은 한때는 워싱턴의 자랑거리였지만 이제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보잉은 대형 항공기 부문에서 에어버스에 추월당하고, 중-소형 비행기 생산에서는 캐나다의 봄바르디어와 브라질의 엠브라에르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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