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넬슨 만델라 이후 국제사회 최고 마당발'로 떠올랐다. 브라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달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돌며 `표 잡기'를 벌인 룰라 대통령이 이번엔 `중남미-아랍 정상회담'을 주최, 서로 다른 문명간의 만남까지 성사시킨 것.
Palestinian leader Mahmud Abbas (L) shakes hands with Brazilian President
Luiz Inacio Lula da Silva in Brasilia. The first Arab League-South American summit
opened in Brasilia, aiming to strengthen political and economic ties between regions
linked by migration and the countries' determination to speed development
AFP/PPO - Tue May 10,10:47 AM ET
10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중남미-아랍 정상회담이 이틀간의 일정으로 공식 개막됐다. 참가국은 중남미 12개국, 아랍권 22개국 등 총 34개국. 형식상으로는 브라질과 알제리가 공동 주최하는 것이지만 행사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룰라 대통령이다. 룰라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문화가 다른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접합점을 찾는 역사적인 첫 만남"이라며 "중남미와 아랍세계가 중요한 협력의 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특히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을 유독 환대, 눈길을 끌었다. 개막 전날 브라질에 도착한 압바스 수반을 만난 룰라 대통령은 "우리가 걸어온 역정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동지를 만난 느낌""존경한다"고 말하는 등 친밀감을 과시했다.
이번 회담은 특별한 정치적 의제를 논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별다른 인연이 없는 두 문명권 국가들이 처음 만나 탐색을 해보는 친목도모행사 성격이 짙다. 몹시 생소한 아랍 손님들을 어떻게 맞을지를 놓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만연한 브라질 정부 당국이 노심초사를 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슬람권 여성 손님들에게 함부로 악수를 청하지 말 것, 종교적인 화제를 거론할 때에는 조심할 것 등 브라질리아 시당국은 시민들에게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주문했었다.
그러나 `이(異)문명의 만남'이라는 측면이 강조되긴 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룰라 대통령이 추구해온 `남(南)-남 협력'을 상징하는 것이며 결국 `반 서방 연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공동주최자인 알제리의 압둘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언급했고, 룰라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수반을 극진히 접대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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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중남미-아랍 정상회담이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11일(현지시간) 폐막식에서 채택된 `브라질리아 선언'은 중동 분쟁과 이라크 전후처리, 시리아 제재 문제 등 아랍권의 민감한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실상의 `반미선언'이어서 이들의 차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폐막식은 중남미국가공동체(CSN) 의장국인 페루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과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이집트)의 폐막선언으로 마무리됐으며, 논란이 빚어졌던 `브라질리아 선언'이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됐다. `선언'은 "중남미와 아랍은 모든 형태의 테러에 반대한다"면서 "모든 국가와 국민은 외부의 침략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간접 비난했다. 회의 개최국인 브라질은 이라크전에 앞장서 반대했던 나라들 중 하나다.
`선언'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은 1967년 이후 무력점령한 모든 영토에서 철군해야 한다"고 규정, 이 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미국과 이스라엘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라크 국내문제에 대한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는 언급도 있다. 이밖에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에도 우려를 표시하는 등 아랍권 국가들의 입장이 거의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밖에 정상들은 두 지역 간 문화적,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걸프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이번 회담에서 포괄적인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했으며, 참가국들은 행사를 정례화해 3년 뒤 모로코에서 2차 회담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브라질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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