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페이스북 '5억명' 돌파

딸기21 2010. 7. 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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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켄터키주에 사는 벤 세일러는 17세 고등학생이다. 세일러는 두달 전 켄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극장인 ‘파이오니어 플레이하우스’가 호우에 무너지자 웹사이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에 극장을 되살리기 위한 주민 모임을 만들었다.
지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는 총리 재직시절 페이스북 사용자 100명과 만나 조깅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미국 여성 홀리 로즈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방암 조기검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전세계에서 5억명을 돌파했다. 온라인에서 사람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특성상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사용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되지만, 5억명이라는 것은 경이적인 수치다. 

한 하버드대 학생이 ‘학생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도록 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는 6년만에 구글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이트의 하나로 떠올랐다.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현 최고경영자(26. 아래 사진)는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21일 오전(미국시간) 사용자(active user) 수가 5억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제 더 많은 이들이, 서로 연결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됐다”면서 “페이스북의 사명은 이 세상이 더 열리고, 더 연결되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만들어진 것은 2004년. 당시 하버드대에 다니던 저커버그는 취미삼아 학생들끼리 안면을 터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당시 그는 학생들 얼굴 사진을 얻으려고 대학 전산망을 해킹했다가 학교 측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어쨌든 유행을 탄 페이스북은 하버드대와 아이비리그를 거쳐 미국 여러 대학들로 퍼져나갔다. 2006년 ‘13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뒤에는 세계적인 사이트로 부상했다. 저커버그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들)의 뒤를 잇는 젊은 벤처사업가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한줄 블로그에서부터 인터넷 카페와 게시판 기능까지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놀라운 ‘친구 추천’ 능력이 성공요인이었다. 가입자가 출신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친구 추천이라는 형식으로 경력이 겹치는 인물들을 찾아내 준다.

취미, 좋아하는 영화나 TV 드라마, 주거지역, 소속된 동호회, 이메일 주소록 등 개인이 가진 모든 요소들이 페이스북에서는 네트워크의 고리가 된다. 
수십년간 못 만나본 고교 동창, 우연히도 같은 드라마의 팬으로 등록된 옆 동네 사람, 같은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있어 지구 반대편에서 아이템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모두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엮인다. 가입하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자동으로 초대장을 날려주는 페이스북의 네트워킹 기능은 성가실 정도다. 

지난해 이란 대선 뒤 소요 때에는 트위터, 유튜브와 함께 페이스북도 시위 확산에 한몫 했다.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21일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 뉴스를 얻는 방식, 지역사회와 정치조직에 연결되는 방식을 바꾸었다”면서 냉전이 끝난 뒤 유행했던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에 빗대 “신웹질서(New Web Order)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페이스북 측은 지금 70개 언어로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은 ‘페이스북 스토리즈’라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벤 세일러와 라스무센 총리 등의 이야기는 페이스북 스토리의 예로 저커버그가 블로그에서 언급한 것들이다.

페이스북의 미래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사용자가 1억명을 돌파하는 데에는 5년이 걸렸지만 그 두배로 늘어나는 데에는 1년이 채 안 걸렸다. 이어 3억, 4억명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5개월 정도씩 밖에 걸리지 않았다. AP통신은 “내년 쯤이면 사용자가 10억명에 육박할 것”이라 보도했다.
현재 사용자 5억명 중 1억2500만명 이상이 미국인이고, 그 나머지는 대부분 유럽과 아시아 사람들이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인들이 최근 페이스북에 눈뜨기 시작했기 때문에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 페이스북 접속을 금지한 나라들이 고삐를 풀어주면 사용자가 수십억명에 이를 수도 있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가 소유한 마이스페이스는 페이스북과 성격이 비슷하고 그보다 앞서 인기를 끌었지만 사용자 수가 6700만명에 그치고 있다.

“기업 입장이라면 구글과 페이스북 중 어느 쪽에 광고를 넣기 좋겠는가? 당연히 페이스북이다.” 

미국 정보통신 전문가 밥 멧칼프는 무료 사이트인 페이스북이 지난해부터 광고수익을 내기 시작한 점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미국 포드 자동차는 오토쇼에서 새 유틸리티차량(UV)을 선보이는 대신, 지난 19일 페이스북 홍보페이지를 통한 광고라는 새로운 마케팅을 선보였다. BBC방송은 페이스북 등 SNS에 맞는 광고·마케팅 방법을 찾아주는 이른바 ‘소셜미디어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효과(The Facebook Effect)>라는 책을 쓴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페이스북의 핵심은 투명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이 사이트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떠오르게 만든 동력도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문제의식 자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들은 부침이 심하다. SNS들도 유행을 탄다. 

특히 ‘더 열리고 더 연결된다’는 페이스북의 성격 자체에서 온갖 문제가 파생된다. 페이스북은 사생활 노출 논란에 시달려왔다. 몇달 전 뉴욕타임스는 “늘 자기 이야기를 웹에 공개하던 IT 세대들 사이에 디지털 접속을 끊으려는 반작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의 자동 친구 추천과 연결 기능 때문에 죽은 사람에 대한 아픈 기억을 억지로 떠올려야만 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의 사망 사실이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abc방송은 21일 “사용자가 가장 많은 동시에, 사용자들의 만족도도 가장 떨어지는 웹사이트로 페이스북이 뽑혔다”고 보도했다. 개인정보 보호가 잘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불만거리였다. 
미국소비자조사지수(ACSI)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서 64점을 기록, 그보다 1점 낮은 마이스페이스와 함께 웹서비스 부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검색엔진 구글은 80점, 빙(Bing)과 위키피디아는 77점 야후와 유튜브는 각각 76, 73점이었다. 

물론 “어차피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와는 양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지지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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