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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출시 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11년간이나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소비자들의 건강을 볼모로 사업하는 거대 제약회사들의 윤리성에 대해 다시한번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12일 “GSK의 내부 자료를 단독입수, 분석한 결과 회사 측이 아반디아를 시장에 내놓은 1999년 이미 임상실험에서 부작용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당시 GSK는 타케다 사가 만든 경쟁상품인 ‘액토스’와 아반디아의 효능을 비교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아반디아의 효능이 더 낫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액토스에 비해 심장질환 위험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이다.
GSK는 미국 시장에서 아반디아를 팔면서 이 실험결과를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하지 않았다. 약의 안전성과 관련된 연구내용은 자발적으로 FDA에 알려야 한다는 법규를 어긴 것이다. 당시 GSK 이사 중 한 명이었던 마틴 프리드는 2001년 내부 이메일에서 “미국 내 사업을 하려면 레이더를 피해야 했다”고 적었다. 이 이메일까지 입수한 뉴욕타임스는 “GSK 경영진도 아반디아의 위험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시글리타존이라는 성분으로 이뤄진 아반디아는 99년 출시된 뒤 엄청난 히트를 친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다. 2006년까지 세계에서 25억달러 어치(3조원)가 팔려나갔는데, 그 중 22억달러 어치가 미국에서 처방됐다. 한국에서도 2007년 이전에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7년 5월 아반디아가 심근경색 위험을 43%나 높인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당뇨병 환자의 65%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심장질환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면 당뇨 치료제로서는 치명적이다. 당시 국내에서도 보건의료 단체들이 식약청의 뒷북대응을 비판하며 판매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뼈 구조 손상과 시력손상을 일으킨다는 보고까지 나왔으나, 판매는 계속됐다. 올 2월 몇몇 전문가들이 FDA 내부 토론에서 아반디아를 아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FDA는 토론내용을 비밀에 부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역시 뉴욕타임스에 폭로되면서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넉달 뒤인 6월 유럽 의약국이 “아반디아가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등 떼밀린 FDA는 13~14일 자문위원회를 열고 아반디아 판매를 금지시킬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미 상원 감사위원회는 GSK가 아반디아 임상보고서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학자들에게 압력을 넣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반디아는 2007년 이후 판매량이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많이 처방되는 약 중의 하나다. GSK는 아반디아 부작용과 관련해 전세계에서 1만3000건 이상의 소송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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