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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누구에게나 비극.... 미군들 극심한 전쟁후유증

딸기21 2009. 11. 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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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의 포트 후드 미군기지에서 5일 이라크 파병을 앞둔 군의관이 총기를 난사,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범인은 이라크 파병을 앞둔 미군 현역 소령이었다. 미국이 진행중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개의 전쟁’이 여러 해를 끌면서 미군들의 ‘파병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있다. 미군이 ‘심리적 붕괴’ 직전에 와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프간 다국적 치안유지군(ISAF)에 소속된 미군 병사들이 오르군E 캠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인디애나주에서는 아프간에 파병됐다 잠시 귀환한 한 21세 병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병사는 친구, 형제들과 함께 극장에서 액션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총을 꺼내 자신의 머리를 쏘았다. 


올초 미군 조사에 따르면 미군 자살자는 2007년 115명, 지난해 128명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미군 8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0년 50여명에 그쳤던 미군 자살자 수는 2004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자살자의 30%는 이라크·아프간 파병을 앞두고, 35%는 두 전쟁터에서 귀환한 뒤에 목숨을 끊었다. 이라크 파병 도중 현지 기지에서 자살한 사람도 2003년 개전 이래 지금까지 31명에 이른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지난해말까지 6년 동안 미군 내 알콜남용 건수는 2배로 늘었다. 올 상반기 조사에서 미군 1000명 중 11명이 알콜 남용·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4일 현재 이라크·아프간전 미군 전사자는 5271명에 이른다. 부상자는 3만5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사망·부상 못잖게 미국 사회의 ‘장기적 위험요인’이 되는 것은 전역병들의 심리적 이상증세다.

이라크·아프간참전미군회(IAVA)는 지난해 “참전군인 3명 중 1명이 정신적인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까지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는 연인원 150만명에 이르는데, 그 중 50만명 이상이 우울증·정서불안·후유장애(PTSD)·자살충동 등의 정신적 장애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AVA는 이라크 베테랑(전역병) 중 30만명 이상이 트라우마(외상후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단체 조사에 따르면 참전군인 중 기혼자의 5분의1이 이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테랑 중 4만명 가량은 학대와 폭력 등 범죄를 저질렀거나 관련 문제로 상담·치료를 받았다.

미군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 국방부는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지난 8월 예산 1170만달러(약 140억원) 규모의 감정관리 집중훈련계획을 발표했다. 군은 지난달 2개 기지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110만명을 상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군의관 1500명을 심리상담 전문가로 교육시키고 있다. 

하지만 군대 내에서 병사들의 심리적 불안을 사전에 인지해 조치하는 경우는 2%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지난 5월 한 미군 병사가 바그다드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했는데, 당시 범행이 일어난 곳은 병사들의 심리상담을 하는 스트레스 치료센터였다.

미군의 정신적 장애는 군 내 자살과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회전반에 문제를 확산시킨다. 2001년 아프간 침공을 시작한 직후부터 전역병들이 귀환해 아내를 살해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잇따랐다. 1979년부터 10년간 아프간을 점령했던 옛소련에서는 마약중독·폭력범죄·강간·살해 등 아프간 귀환병들의 범죄, 이른바 ‘아프간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파병군인들 뿐 아니라 그들의 취학연령 자녀들 중에서도 3분의1이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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