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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1년, 미국 이념 경계 흔들린다

딸기21 2009. 11. 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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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백악관의 주인으로 만든 미국 대선이 오는 4일로 벌써 1년을 맞는다. 시카고에 모여 “우리는 할 수 있다”와 “변화”를 외치던 미국인들의 감격과 열정은 1년 새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오바마의 1년은 미국 정치에 분명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전임 행정부 시절 극단적으로 갈렸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 판도도 크게 달라졌다.

AP통신은 2일 “공화당과 당내 온건파들의 불확실한 미래”라는 기사를 통해 중도·온건 성향의 공화당원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임 행정부 시절의 ‘극우’ 성향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 과거의 어젠다들을 고집하는 공화당에 실망한 당원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주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던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밀어주겠다며 1일 전격적으로 사퇴선언을 한 것은 ‘온건파의 이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AP는 “공화당 일부 당원들은 당 지도부가 두려워하는 금기어인 ‘L 워드’까지 입밖에 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L 워드’는 민주당의 수식어인 ‘리버럴(자유주의적인)’을 가리킨다. 이들은 이전의 공화당원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고 총기 소유에 찬성하지만 과거 8년간의 ‘공안통치’에 신물내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지지를 점차 거두고 있다.
공화당에 대한 가장 뼈아픈 지적은 오바마의 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에게서 나왔다. 그는 “지금 공화당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인물은 러시 림보”라고 말했다. 극우파 라디오 진행자인 림보는 오바마에 대한 감정적인 공격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아온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공화당의 대변인처럼 비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공화당 내 온건파들이다. 이들은 더이상 “오바마가 하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극우 선동에 휘둘리지 않는다.
공화당 지도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존 뵈너 의원은 2일 CNN방송에 출연해 “우리도 당 내에 중도파가 많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파 원로 격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당 지도부에 “공화당이 다수의 지지를 얻으려면 반드시 중도파들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 내 보수파들 역시 오바마 정부의 개혁안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의료개혁 논쟁에서 백악관과 거리를 둔 민주당 중진들, 증세에 대한 반발과 오바마 지지율 하락 등이 이를 보여준다. 오바마 정부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우파언론 폭스뉴스와 몹시 사이가 나쁘지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폭스뉴스 시청자의 39%는 민주당원 혹은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폴리티코는 “민주당 핵심 브레인들도 이를 인식하고 폭스뉴스와 ‘물밑 제휴’를 하는 등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3일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오바마 1년 평가 및 내년 중간선거의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바마는 뉴저지주에서 민주당 후보인 존 코자인 현 주지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직접 발벗고 뛰고 있으나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버지니아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두자릿수로 벌리며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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