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네오컨의 '헛소문 만들기'

딸기21 2009. 10. 16. 19:06
728x90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웹사이트들에서 갑자기 “이란 최고종교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코마(혼수상태)에 빠졌다”,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언론들까지 이를 소개하면서 하메네이 사망설은 삽시간에 퍼졌다.

결국 헛소문으로 판명난 이 사망설은 미국 네오컨의 ‘카더라 통신’을 우익 언론들이 재생산하면서 증폭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전쟁을 부추긴 네오컨과 우익 언론의 ‘소문 부풀리기’의 또다른 사례로 지적된다.

소문의 발단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 자문위원을 지낸 네오컨 이론가 마이클 레딘이었다. 

우파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을 지내고 대표적인 네오컨 잡지 ‘내셔널 리뷰’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레딘은 지난 13일 자기 블로그에서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이란의 훌륭한 소식통’에게 들었다며 하메네이가 전날 오후 2시15분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고 주장했다. 

또 하메네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들과 의료진 뿐이며 건강상태가 ‘신의 손에 달려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 대선 혼란 때문에 하메네이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해설’도 덧붙였다.

레딘은 14일 다시 글을 올려 “테헤란 바자르(시장)에는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이란 당국이 거리에 보안병력을 증강배치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메네이가 숨지면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대통령 세력 간 유혈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파자마스미디어 등 미국의 인터넷언론들은 이를 여과없이 전했고, 트위터 등을 통해 소문이 퍼져나갔다. ABC방송의 유명 진행자 조지 스테파노풀로스는 이를 받아 보도했고, 이스라엘 우익언론인 예루살렘포스트와 러시아의 프라우다 등도 사망설을 전했다. 미국 우파언론 폭스뉴스도 ‘아르메니아 언론보도’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15일 이란 친정부 웹사이트 타브나크는 “이란을 뒤흔들려는 서방의 음모”라며 “부끄럽기 짝이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테헤란에서 이상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레딘의 주장 외에 사망설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 네오컨의 ‘헛소문-부풀리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런 ‘자가발전’을 통해 전쟁이 벌어져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레딘은 레이건 정부 때 이란을 제재한다면서 무기 뒷거래를 한 이란-콘트라 스캔들에 연루됐던 사람이고, 2002년에는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사들였다는 주장을 해 전쟁을 부추긴 인물이다. 사담 후세인이 우라늄을 구입했다는 주장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심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전쟁 명분이 됐다. 

니제르 대사를 지낸 인물이 “우라늄 구입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네오컨들은 오히려 이 대사의 부인이 중앙정보국(CIA) 직원이라며 인신공격을 해 이른바 ‘리크게이트(CIA 직원 신분 누출 사건)’로까지 이어졌다.

레딘은 이란이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라덴은 이란 시아파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고, 이란과 알카에다가 앙숙임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진보적인 언론인 잭 후버만은 레딘을 “우리 시대의 가장 파렴치한 전쟁 선동꾼”이라 비판했고, 영국 가디언은 “레딘은 2007년 1월에도 한 차례 하메네이 사망설을 퍼뜨린 적 있다”며 “이런 소문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하메네이는 전립선암 환자에 림프암 환자, 아편 중독자이며 치아도 모두 틀니이고 2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란 측은 올해 70세인 하메네이의 건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 6월 대선 뒤 금요예배를 집전할 당시의 모습 등으로 보아 당장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하메네이가 숨진다 해도 이란 정권이 전복되거나 엄청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89년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숨졌을 때에도 이란 신정체제는 무리 없이 충격을 흡수했다. 실용주의자인 라프산자니를 중심으로 후계자를 선출할 것이며,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혁명수호대를 비롯한 군부를 틀어쥐고 있다. 개혁파들도 신정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면적 혼란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로 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