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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섬의 '녹색 실험'

딸기21 2009. 10.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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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조그만 섬이 차세대 에너지 실험장으로 변신한다. 미국 에너지부와 제너럴일렉트릭(GE)이 공동 투자, 하와이의 작은 섬 마우이의 리조트 지역에 차세대 에너지시스템인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구축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중인 ‘친환경 성장’의 시범케이스가 될지 주목된다고 AP통신 등이 11일 보도했다.

GE는 최근 사업계획을 확정, 미국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하와이 주 마우이섬의 리조트 지역에 스마트그리드를 시범구축하기로 했다. 1400만달러에 이르는 예산의 절반은 연방 에너지부가, 나머지는 GE와 하와이전기(HE)가 낸다. 지능형 전력망을 이용해 2012년까지 15% 이상 에너지사용량을 줄이고, 풍력발전을 연계해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도 높일 계획이다.
하와이는 전력의 90%를 외부에서 끌어다 쓴다. 풍력과 태양광 설비를 갖추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지만 주민들 인식이 높지 않은데다 기상이변이 많아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 밥 길리건 GE에너지 부사장은 “마우이섬의 조건은 우리가 추구하는 지능형 전력망의 기술적 과제들을 연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이번 실험이 주민들의 인식을 바꿀지도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민영화와 낙후된 설비 등으로 고질적인 전력 공급불안을 겪어왔다. 스마트그리드는 툭하면 대형 정전사태를 불러오는 낡은 전력망을 지능적,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전력망과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시켜 전력 생산·소비량을 실시간 파악, 필요한 이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체제다. 
집 안의 TV·냉장고에서 공장의 대형설비까지, 모든 전력 사용을 컴퓨터로 통합관리한다. 전기를 받아쓰기만 했던 소비자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한밤에 생산된 전력을 보관해뒀다 낮에 쓸 수도 있다. 쌍방향 정보교환으로 수요-공급량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지금처럼 실제 사용량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가 버리는 일이 없어진다. 또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합,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오바마가 탐독했다는 유명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스마트그리드 전도사로 나섰다. 지난 3월 친환경 일자리 창출을 역설하면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지시했고, ‘스마트그리드 코디네이터’라는 직책까지 만들었다. 연방정부 경기부양 패키지에도 45억달러의 스마트그리드 예산을 포함시켰다. 이번 마우이 프로젝트 비용도 여기서 나온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청정기술 시장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현재 마이애미, 시애틀, 휴스턴 등 미국 내 70곳에 스마트그리드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형 전력설비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프록터앤드갬블(P&G)은 샌프란시스코에서 GE의 마우이 프로젝트와 비슷한 계획을 추진 중이며, 시스코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친환경 신도시 ‘마스다르 시티’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앙아시아에서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 북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수퍼스마트그리드’라는 초광역 구상이 나오고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미국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스마트그리드’를 제안했다. 작게는 한 가정에서 지역사회와 도시, 광역으로 격자화된 전력망을 통해 지구 전체의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스마트그리드와 친환경 에너지기술의 결합을 노린 ‘쿨 어스(Cool Earth)’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제주 북동부 구좌읍 일대에 첫 스마트그리드 단지 구축사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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