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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재판소, 인권 위한 ‘무한도전’

딸기21 2009. 5. 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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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법원이 미국, 중국, 이스라엘의 ‘반인도 범죄’를 재판하겠다고 나서면서 국제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환영했지만 당사국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고, 스페인 내에서는 재판의 상징적 의미와 현실성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시작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국가재판소가 미국 전직 관리들을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학대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재판소의 엘로이 벨라스코 판사는 지난 3월 앨버토 곤잘레스 전 법무장관 등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 6명을 관타나모 불법 구금·고문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미 정부를 상대로 이들에 대한 미국 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지난 21일에는 이 재판소의 또다른 판사 산티아고 페드라스가 2003년4월 이라크에서 스페인·우크라이나 기자들을 숨지게 한 미군 병사 3명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국가재판소는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 남미의 옛 식민지와 관련된 인권 범죄들을 재판하는 특별 형사법정이다. 그러나 2005년 스페인이 ‘보편적 사법권’을 법으로 보장하면서 영역이 확대됐다. 세계 어디에서 벌어진 사건이든 반인도적인 범죄에 해당되는 것이면 스페인과 직접 관련이 없어도 이 법원에 소송을 내거나 기소·재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국가재판소가 인권단체의 제소에 따라 조사를 하고 있거나 기소 방침인 사건은 16건에 이른다. 이달 5일 페드라스 판사는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 등 중국 지도부 8명을 티베트 탄압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에 가서 량 부장 등을 신문하겠다”며 중국 정부에 방문허가를 요청했다. 재판소는 중국의 파룬궁 탄압도 조사하고 있다. 2002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의한 민간인 살상 2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중국과 이스라엘은 “재판을 계속하면 스페인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외교 마찰 조짐이 일자 스페인 정치권은 둘로 갈라졌다. 하원은 지난 19일 “우리 국민과 관련있거나 우리 영토 내에서 일어난 일만 다루도록 해야 한다”며 사실상 보편적 사법권을 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집권 사회당은 그동안 보편적 사법권을 지지해왔으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일자 한 발 물러섰다. 칸디도 콘테-품피도 검찰총장은 외국 정부의 지도자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조사·처벌할 수 있느냐며 “법원이 정치게임에 휘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재판소의 하비에르 사라고사 수석검사도 “민주국가에서 일어난 일들은 해당국 사법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반인도범죄 재판의 ‘상징적 의미’를 들며 재판소를 지지한다. 재판소는 보편적 사법권이 도입되기 전인 1998년에도 칠레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체포영장을 발부해 군사정권의 범죄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역시 보편적 사법권을 인정하는 벨기에 법원은 2003년 6월 토미 프랭크스 미군 중부사령관을 이라크 반인도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옹호론자들은 “이스라엘도 남미에 피신중인 나치 전범들을 찾아내 자국 법원에 세운 전례가 있다”며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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