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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40여년에 걸친 드골주의의 유산을 버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통합군에 공식 복귀한다고 선언했다. 냉전 종식 이후 정체성 위기에 빠진 나토가 프랑스의 복귀로 변화의 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당장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를 모집해야 하는 미국은 프랑스의 복귀를 환영했다. 그러나 유럽국가들과 미국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창립 60주년을 앞둔 나토의 확대 정책과 ‘국제 치안유지군’으로서의 기능을 놓고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복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1일 “현 상황(나토군 탈퇴)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1949년 나토 창립멤버로 참여한 프랑스는 66년 샤를 드골 대통령 때 미국의 주도에 반발하며 나토를 탈퇴했다. 90년대 이후 옛 유고 내전 등에서 실질적으로 나토군 활동을 해왔지만 공식 복귀는 미뤄왔다. ‘드골주의’라는 말이 프랑스 국내정치에서 갖는 위력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2007년 취임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가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려면 나토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며 복귀론으로 선회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내에서도 나토 복귀 여론이 높아져 사르코지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나토 회원국 중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프랑스의 복귀는 기구 내 세력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럽국들의 군사적 결합이 빨라질 전망이다. 앞서 프랑스는 2차대전 이래 처음으로 독일군을 자국 내에 불러들여 합동 군사훈련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포르투갈 리스본 합동사령부(JCL)와 미국 버지니아주 노퍼크의 연합이행사령부(ACT) 기능을 넘겨받기로 미국과 뜻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나토는 냉전이 끝난 뒤 존재의 근거가 희미해진데다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분열로 위기를 맞았다”며 “프랑스의 복귀는 나토에 때를 잘 맞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유럽 ‘동상이몽’
프랑스가 가세함으로써 나토군의 평화유지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나토의 역할과 미래에 관해서는 이견이 많다.
‘대서양 협력’의 최대 장애물은 아프간전이다.
미국은 아프간전 협력을 노리고 프랑스의 나토 복귀를 환영했지만 드골 시절처럼 양국간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 외교관계위원회의 정치분석가 닉 위트니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나토는 출발부터 미국이 주도하게끔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이 이를 부정하면 균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러시아와의 관계다. 나토는 올 들어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등과도 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東進)’을 몹시 경계해왔다. 친서방 국가인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 뻔하다. 나토 내 동유럽국들은 대러 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유럽국들은 오는 7월 물러나는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나토 사무총장 후임으로 덴마크의 포그 라스무센 총리를 추대하기로 며칠 전 합의했다. 하지만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11일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쿠르드족 문제를 안고 있는 나토 회원국 터키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덴마크에 반발해왔다. 터키에 군사기지를 둔 미국은 터키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뉴욕타임스는 “나토 내 다양성이 커지면서 고민거리도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구정은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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