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12억 인도인의 선택은 '경제'와 '안정'

딸기21 2009. 5. 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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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민주선거’라는 인도 총선에서 집권 국민회의가 압승했다. 12억 인도인들은 ‘경제’와 ‘안정’을 택했다. 만모한 싱 정부는 경제 개혁·개방·자유화를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들은 한달여에 걸쳐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한 통일진보연합 세력이 543석 중 260석 가량을 얻었다고 17일 보도했다.
국민회의는 200석 이상을 얻어 제1정당 자리를 굳혔기 때문에, 연정 내 소수파에 발목잡힐 일 없이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쥘 수 있게 됐다. 새 정부는 군소정당 하나만 끌어오면 과반 의석까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저녁 선거결과를 공식 발표하며, 국회의장인 소니아 간디 국민회의 당수는 이에 맞춰 프라티바 파틸 대통령에게 내각소집령을 요청할 예정이다. 싱 총리는 이르면 19일 새 정부를 띄울 계획이다.

‘인도 경제성장의 마술사’로 불려온 싱 총리의 경제성장 노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중앙은행 총재, 90년대 재무장관을 거쳐 2004년부터 총리를 지내고 있는 그는 인도의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로, 자와할랄 네루 이래 처음으로 5년의 첫 임기를 모두 마치고 연임하는 총리가 된다.

싱은 자유시장경제와 보호주의·분배정의의 균형을 맞추는 경제정책으로 좌·우 중도세력 모두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번 총선은 싱의 경제노선을 국민들이 강력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인들의 심장은 싱과 함께 뛰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국민회의와 줄곧 연대해오다 지난해 연정에서 떨어져나간 공산당은 의석이 62석에서 24석으로 줄었다.

인디라 간디의 아들이자 소니아 당수의 남편이었던 라지브 간디 전총리 이래로 국민회의는 20여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번에도 당초 여론조사들은 국민회의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으나, 선거 결과는 국민회의 지지자들의 예상조차 뛰어넘는 것이었다. 지역정당 바후잔사마지(BSP)의 아성이던 최대 선거구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국민회의는 80석 중 21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바라티야자나타(BJP)에 참패했던 라자스탄에서는 24석 중 21석을 휩쓸었다. 국민회의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불꽃놀이와 춤판을 벌이며 승리를 축하했다. 인도 언론들은 “정치적 중심이 다시 국민회의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간디-네루 가문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소니아 당수의 아들 라훌 간디(39.옆 사진)는 싱과 함께 국민회의의 승리를 견인했다. 경륜있는 테크노크라트와 젊은 정치지도자의 공조로 승리를 일군 셈이다. 76세 고령인 싱은 조만간 라훌에게 총리직을 물려줄 것으로 보인다.

BJP와 그 연합세력인 전국민주연합은 160석도 못 얻었다. 판에 박힌 ‘힌두 제일주의’와 반무슬림 구호를 내세운 BJP의 실패는 국민회의에 반사이익만 안겨줬다. AP통신은 “인도인들은 우파 BJP의 선전에 넘어가는 대신 안정과 강한 정부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극단주의를 배격한 인도인들의 선택이 내전과 극단주의에 시달리는 남아시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문제를 푸는 데에 인도가 큰몫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백악관은 인도의 평화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높이 평가하는 축하성명을 냈다. 2006년 민간 핵협정으로 대미 관계정상화의 첫단추를 끼운 싱 정부는 워싱턴과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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