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과 인접한 이란 동부의 난민촌. 7일 이곳의 천막 사무소에서는 머리와 목에 붕대를 두른 남자 2명이 경찰의 지시 아래 추방서류에 서명하고 있었다. 나우루스 하지 야쿠스(22)라는 청년은 테헤란으로 가는 짐차를 탔다가 교통사고로 다쳤다.
이 난민촌은 아프간 남서부 님루즈, 헤라트 등지에서 온 이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이들은 인신매매단에 1인당 400달러 정도를 주고 국경을 넘어 이란의 난민촌에 도착, 여기서 다시 사막을 건너 테헤란 등 대도시로 향한다. 하지만 짐짝처럼 실려가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란 경찰에 사살되는 경우도 있다. 아프간 탈레반이 주민 탈출을 막기 위해 공격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으로 넘어가려던 아프간 젊은이 27명이 탈레반에 의해 사살됐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이란 내 아프간 난민은 약 96만명이다. 하지만 이란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간 사람들까지 합치면 2001년 11월 전쟁 시작 이래 아프간에서 이란 쪽으로 빠져나간 사람은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인들의 또 다른 탈출지는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 내 아프간 난민은 줄잡아 200만명이다. 전쟁 뒤 국외로 나간 아프간인은 총 500만명에 이른다.
UNHCR 등 구호기구들은 난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란, 파키스탄 정부도 귀환을 종용하고 있고, 때로는 강제 추방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이란에서 아프간으로 강제 송환된 사람은 40만명이었다. 하지만 잠시 전란을 피해간 난민이라기보다는 일자리를 찾아 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프간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테헤란에서 노동을 하면 월 1000달러 이상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사막을 건너는 것이다. ‘이란 드림’인 셈이다. 아프간 정부는 이란에 근로비자 발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란은 거부하고 있다.
Belongings of illegal migrants are seen in a shipping container in Quetta April 4, 2009.
Pakistani police found on Saturday 43 dead bodies and dozens of other people,
crammed inside a shipping container on a truck from Afghanistan. /REUTERS
파키스탄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은 사막이 아닌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한다. 파키스탄 국경도시 퀘타의 한 버려진 컨테이너 속에서 질식사한 사람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도 이 같은 ‘아프가니스탄 엑소더스’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퀘타 경찰은 발견 당시 질식사한 사람 외에도 숨이 막혀 쓰러져 있는 아프간인 50여명을 함께 발견했다.
숨진 이들 중에는 13~15세 어린이들도 있었다. 아프간 북동부에서 컨테이너를 이용해 파키스탄의 항구로 이동, 배를 타고 이란으로 가려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1인당 3만루피(약 50만원)를 주고 컨테이너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밀입국 알선 조직은 돈만 챙긴 뒤 컨테이너를 버스터미널에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마의 하수구 속에서 발견된 10~15세의 아프간 어린이 24명도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 100여명과 함께 지하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터키, 그리스를 통해 컨테이너 트럭을 타고 이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보호자도 없는 이 아이들은 낮에는 쓰레기를 뒤지거나 구걸로 연명하고, 밤에는 경찰을 피해 하수구에서 추위에 떨며 지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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