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맞춰 워싱턴 근교의 위구르인들이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된 위구르인 17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인사이드 저스티스
중국과 파키스탄은 이들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제거작전을 벌이고 있고, 미국도 2002년 이 단체를 알카에다와 연결된 테러조직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이슬람 테러범을 잡겠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매카시즘적 무슬림 사냥과, 분리독립운동을 탄압하고 테러범으로 몰아부치려는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맞아떨어졌던 셈입니다.
‘위구르인=테러범’ 중국과 미국의 희한한 결탁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머물던 ETIM 조직원 23명은 파키스탄군에 붙잡혔다가 아프간을 점령한 미군에 넘겨졌습니다. 변호인들은 “이들은 아프간 잘랄라바드의 위구르인 마을에 머물고 있다가 테러범으로 몰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마을에 있던 무기라고는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권총 한 자루 뿐이었으나, 위구르인들은 ‘외국계 무자헤딘(이슬람 전사)’들로 몰려 체포됐다는 겁니다.
위구르인 수감자 중 5명은 2006년 5월 석방돼 제3국인 동유럽의 알바니아로 보내졌습니다(이들이 그 후 어떻게 됐을지 궁금합니다). 나머지 17명은 2005년 미 군사법원으로부터 “더 이상 적 전투원이라고 볼 수 없음(No longer enemy combatants·NLEC)” 판정을 받았습니다. 2006년 미 정부 산하 관타나모 수감자 검토위원회(ARB)가 다시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석방해도 된다”고 결정했지만, 다른 구금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지구 반대편 수용소에 계속 갇혀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위구르인 17명이 지금 맞닥뜨린 문제는 구금의 불법성과 가혹함 같은 것이 아닙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불법성은 온 세계가 알고 있고, 부시 행정부 시절 국방부 관리들이나 군사법원 관계자들조차도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마구잡이로 구금됐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관타나모 폐쇄”를 약속했습니다.
불법구금 뒤에는 ‘석방 고민’
미 국방부와 법무부는 현재 관타나모에 수용돼 있는 241여명의 처리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수감자들 중 대부분이 무죄 방면되거나 출신국들로 돌려보내져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문제는 자국에 돌아가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들 위구르인들입니다.
중국 정부는 1955년 신장위구르 지역을 자치주로 선포했으나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말살하고 분리운동을 탄압하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관타나모의 위구르인들이 중국에 보내진다면 탄압과 감금, 고문 등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부시행정부는 이미 위구르인들의 중국 송환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관타나모 수감자들에게 숱한 인권탄압과 가혹행위를 저지른 미국이 이제와서 이들의 인권을 고려한다는 것이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동안 중국의 소수민족·반체제인사 인권탄압을 비판해온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면 위구르인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내느냐 하는 문제는 아주 복잡한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전임 행정부가 대테러전 동안 미국의 인권 기준을 추락시켰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도덕적 위상과 리더십을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관타나모의 위구르인들을 어디로 보내는가 하는 것이 오바마 정부 인권정책을 가늠케해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놈의 관타나모 수용소/ AP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출신국으로의 송환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수감자들을 어디로 보낼지를 놓고 유럽국들과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국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석방된 수감자들을 받아주겠다고 할 경우 그리로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이 위구르인들을 유럽으로 보낸다면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자국 출신 테러용의자들을 자국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위구르인들을 중국으로 보낼 경우, 그동안의 중국 인권에 대한 비판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행동이 되겠지요. 미국 언론과 인권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 확실합니다. 인권외교를 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원칙과도 어긋납니다.
딜레마에 빠진 오바마 정부
구금자들은 중국행을 거부하고 미국에 머물고 싶어합니다. 미국 내 위구르인 망명자들도 “함께 머물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위구르인 하산은 “그들의 문제는 바로 내 문제이기도 하다”며 체류를 허용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미국 내에 체류시키는 방안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당국은 3월말 17명의 수감자들을 개별 면담해, 미국 내에서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도록 석방해줘도 좋을지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미국 내 보수파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랜디 포브스 하원의원(버지니아주·공화당)은 “우리 국민들은 테러범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미국 내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쪽으로 결정하든 미국 정부는 누군가로부터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의 인권 딜레마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의 신병처리가 결정되기까지는 수천장의 기록들을 검토하고 심사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7년여를 외진 수용소에서 보낸 위구르인들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몇달을 더 시달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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