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그룹 산하 타타모터스가 “인도 국민들을 위한 선물”이라며 야심차게 내놓은 나노(Nano) 자동차는 23일 뭄바이에서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나노를 바라보며 ‘중산층의 꿈’에 부풀어있는 인도인들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이 23일 인도 뭄바이에서 첫 출시된 <나노>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다. /AP
평생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판두랑은 지난 1월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이 직접 TV에 나와 나노를 선보이는 것을 보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나는 수십년째 차를 모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한번도 내 가족들을 위해 운전해본 적이 없었다. 만원버스와 자전거만 타본 내 아내를 위해 이제는 자동차를 사고 싶었다. 나노는 그 꿈을 이뤄줄 것이다.”
판두랑의 큰딸 라키는 BBC방송에 “타타그룹이 최저가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은 때부터 지금까지 동생과 함께 열심히 돈을 모았다”면서 “우리 가족의 소원을 신께서 들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들이 모은 돈은 약 5만 루피. 할부금을 마저 내려면 아직도 5만 루피를 더 모아야 하지만, 이 가족은 어느 때보다도 부푼 꿈과 행복감에 젖어 있습니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거대 개도국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가난합니다. 중산층 진입을 꿈꾸는 수억명의 인도인들에게 나노는 ‘세계에서 가장 값싼 차’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소중한 차’입니다. 판두랑 같은 서민들의 “내 차를 갖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을 이뤄줄 희망의 상징인 거죠.
1945년 세워진 타타모터스는 영국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을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도의 서민층을 겨냥한 최저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타타 회장은 “오토바이 앞뒤에 어린아이와 부인을 태우고 다니는 수많은 인도인들을 보면서 2004년 국민차 생산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차가 길이 3m, 배기량 642cc의 나노랍니다. 오토바이에 많이 쓰이는 2기통 엔진을 탑재해 생산비용을 줄였고, 연비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나노는 인도의 미래가 걸린 실험이었습니다. 개발경제학자들은 세계 인구 피라미드의 밑바닥을 차지하는 저소득층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의 탈출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노는 바로 그 ‘피라미드 밑바닥의 부(富)’를 끌어낼 후보라는 점에서 인도 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나노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곡절도 많았습니다.
서벵갈주 싱구르에 양산 공장을 만들었으나 주민들의 토지수용 반대에 밀려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도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인도에서 저가자동차를 양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많았습니다. 뭄바이 시내에는 지금도 100만대의 차량이 돌아다녀 하루 종일 교통체증이 이어지고 있다네요. 예상치 못했던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저가 자동차 계획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환경규제 정책이 정비되지 않은 인도가 서둘러 자가용차 시대에 접어들 경우 세계 전체의 대기오염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타타 측은 “그래서 더욱더 소형차가 필요하다”면서 이 자동차에 명운을 걸었지만,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엔 일러보입니다.
일단 출시를 앞둔 시장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타타모터스는 23일 4만대를 내놓고 이후 한달에 3000대씩을 생산할 계획인데, 예약자들이 너무 몰려 차량을 인도받으려면 한달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나노가 타타그룹의 부채까지 해결해줄 것 같지는 않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타타모터스는 경제침체 여파로 지난해 말 7년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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