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쓰촨성 지진은 댐 때문?

딸기21 2009. 2. 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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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8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쓰촨(四川) 대지진은 진앙지 인근에 지어진 댐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나왔다. 쓰촨 대지진 후 일부 과학자들이 댐과 지진의 연관성을 주장한 바 있으나 이처럼 구체적으로 지진에 미치는 댐의 영향과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 텔레그라프지는 쓰촨성 원촨현에서 일어난 대지진이 진앙지에서 5㎞ 가량 떨어진 쯔핑푸(紫坪浦) 댐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중국과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쓰촨성 지질광물국 공학기술자인 판샤오(范曉) 주임과 미국 컬럼비아대 러몬트-도허티 지질관측소의 크리스천 클로즈 박사 등은 “쯔핑푸 댐에 담겨 있던 물이 지반을 뚫고 들어가 이 일대의 단층을 끊으면서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판 주임은 쓰촨 지진 이전부터 댐 건설에 반대해왔고, 지진 뒤에는 댐과 지진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양쯔강 싼샤(三峽)댐 등 대형 댐의 지질학적 위험에 관해 알리는 활동을 적극 벌여 유명해진 인물이다. 
또 미국 지질학자인 리처드 커 박사 등도 지난달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쯔핑푸댐의 지진유발 가능성을 제기한 논문을 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쓰촨성 두장옌(都江堰)시 민강(岷江) 상류에 위치한 쯔핑푸댐(사진)은 2004년 지어진 높이 155m의 댐이다. 저수량은 소양댐의 10분의1에 불과한 3억1500만톤에 불과하지만, 지질구조로 봤을 때 단층선에서 불과 500m 떨어져 있어 위험성이 제기돼왔다.
판 주임은 “쓰촨 지진이 발생하기 전 이 일대 지진대에는 대규모 지각활동이 보고되지 않았었다”면서 “전조가 없이 갑자기 규모 7.9의 강진이 일어났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양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댐 건설이 지진을 유발한 사례는 과거 외국에서도 많이 보고됐다”면서 “쯔핑푸 댐이 지진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클로즈 박사도 “문제의 지진대는 수백년 간 지각활동이 둔했던 곳”이라면서 “일시에 대량의 물이 유입될 경우 자연적인 지각운동에 비해 단층에 가해지는 압력이 25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쓰촨 지진대에는 현재 400개 이상의 댐이 만들어져 있다. 저수지는 더 많다. 쯔핑푸댐이 위치한 민강에는 10개의 대형 저수지가 있고, 29개 지류에 수십개의 소형 저수지가 만들어져 있다. 판 주임은 “댐 건설 뿐 아니라 저수지를 많이 만들어 강의 흐름을 억지로 막는 것 또한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댐 건설과 지진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쓰촨 지진과 관련된 지각활동 자료들에 학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국립 연구소들에서도 이 문제를 전면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지진국 페이싱린 박사는 “단언하기엔 이르지만 쯔핑푸 저수지는 분명 지질활동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지진 대책을 위해서라도 이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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