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아프간에서도 '백린탄 의혹'

딸기21 2009. 5. 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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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폭격으로 민간인들이 대거 희생된 아프가니스탄 서부에서 화학무기인 백린탄이 쓰였다는 의혹이 나왔다. 미군은 화학전 의혹을 부인하며 “탈레반군이 백린탄을 썼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아프간 내 반미감정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인권단체인 아프간독립인권위원회(AIHRC)는 지난주 미군의 공습을 받은 서부 파라 주(州) 빌라발둑 주민들이 백린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밝혔다. 이 단체의 나데르 나데리 위원장은 “현지 주민들이 예전에 보지 못했던 이상한 화상을 입었다”며 “화학무기인 백린탄에 의한 것으로 보여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현지 의료진들의 말을 인용해, “최소한 14명의 주민들이 백린탄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파라 공격에서 어떤 조명·연막탄도 쓰지 않았다”며 “증거는 없지만 탈레반군이 백린 공격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탈레반이 4차례 이상 백린탄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을 향한 의혹의 시선은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군은 아프간에서 조명탄 용도로 계속 백린탄을 써왔다. 미군은 2004년 4월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 팔루자 대공세 때에도 백린탄을 썼다. 당시에도 미군은 이라크 정부가 의혹을 제기하자 “조명 목적으로 아주 드물게 썼을 뿐”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라이(Rai)뉴스가 팔루자 백린탄 사용의혹을 집중 추적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커지자, 1년여 뒤인 2005년 11월에야 “조명 이외의 용도로 사용됐음”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2006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공격하면서 백린탄을 써 지탄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지난해말과 올해 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 때 또다시 화학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베이트 라히야 난민촌의 인구밀집지역에서 20발이 넘는 백린탄을 썼고, 심지어 가자시티 유엔 시설을 공격할 때에도 이 무기를 사용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백린탄들이 미국으로부터 공급받은 것임을 폭로했다. 아프간 탈레반이 백린탄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아프간 정부는 시완마을 등 발라발둑 지역 몇몇 마을에서 미군 공습으로 민간인 14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희생자 숫자가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민간인 피해를 일으키는 공습 위주 작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에도 “공습을 중단하는 것은 경솔한 짓”이라고 일축했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아프간의 반미감정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백린탄 의혹은 여기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카불에서는 대학생 수백명이 10일 “미국에게 죽음을” 같은 반미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백린탄이란

인화성 물질인 백린(白燐)을 주성분으로 하는 폭발물로, 연막탄·조명탄으로 쓰인다. 인체에 닿으면 점착성이 있는 백린이 피부와 조직을 태워 심한 화상을 입힌다. 백린탄 연기를 들이마시면 눈과 코의 점막이 상하고 호흡기가 손상돼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백린 자체는 맹독성은 아니지만 15mg 이상 인체에 들어가면 사망을 부를 수 있다. 제네바협약은 백린탄을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쓰거나 조명·소이탄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백린탄은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베트남전에서 대량 사용됐다. 1980~90년대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백린탄 공격을 한 의혹이 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은 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과 90년대 북부 쿠르드반군 진압작전에 백린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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