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투어(생태관광) 보트를 타고 템피스크 강을 따라 내려가는 사이, 흙탕물 사이에서 악어가 고개를 내민다. 눈깜짝할 사이에 악어는 거대한 입으로 물고기를 집어삼키고 사라진다. 정부의 철저한 노력 속에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남아있는 이 나라에서는 석유를 뽑아내기 위해 환경을 희생시키는 일 따위는 없다.”
이 나라가 숲을 보호하고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엄청나다. 코스타리카는 전체 국토의 25%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민간이 소유한 지역도 환경보호 대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땅 주인들이 숲을 보호하고 하천 수질관리를 잘 하면 정부가 보상을 해준다. 덕택에 코스타리카의 숲 면적은 20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중·남미의 개도국들이 개발바람에 천혜의 환경자원을 잃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나라는 이미 1990년대부터 산업활동에 환경파괴의 비용을 매기는 경제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해왔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물건을 만들어 팔아 국내총생산(GDP)만 늘리는 ‘거짓 생산’이 아니라 오염의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97년에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제활동에는 3.5%의 탄소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거둬들인 세금으로는 국립산림기금을 만들어 숲 보호 예산으로 투입한다. 수력발전회사와 농부들, 식수공급자들도 마찬가지로 하천 상류의 수질 관리를 위한 물 이용료를 낸다. 환경파괴는 빈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기 쉽기 때문에, 정부는 특히 탄소세와 물 이용료를 가지고 미개발 지역에서 살아가는 빈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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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에서는 경제성장과 환경의 공존만이 살 길이라는 공감대가 굳어져 있다.
코스타리카 정부에서는 환경부가 에너지·광업·수자원 등과 관련된 행정을 총괄한다. 환경장관의 힘은 어느 각료보다 막강하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환경장관을 지낸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는 프리드먼과의 인터뷰에서 “행정의 중심축을 환경에 놓은 뒤로 ‘에너지와 환경은 반대 개념’이라는 사고방식이 사라졌다”며 “6개월 뒤가 아닌 25년 뒤를 내다보자는 생각이 정부 안에 확산됐다”고 말했다.
5년 전 동부 해안에서 유전을 발견했지만 정부는 석유 시추를 아예 금지시켰다. 산유국으로서 손쉽게 에너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다. 그 대신 정부는 수력·풍력·지열 발전에 투자했다. 현재 코스타리카는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95%를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1985년에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을 석유에서 얻었는데 20여년만에 세계 최고의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국가로 변모했다.
정부는 동시에 경제구조를 친환경 관광산업과 하이테크 수출산업으로 분화시켰다. 현재 코스타리카는 생태관광과 마이크로프로세서·의료기기 수출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에서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수출품을 생산하게 하고, 나머지 지역은 철저한 보호 아래 오염배출을 통제하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이런 실험이 가능했던 것은 정치가 안정된 덕분이기도 했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의 유일한 중립국으로, 공공안전부 산하에 경찰을 두고 있을 뿐 군대는 없다. 중남미 국가들의 고질적 병폐인 쿠데타와 분쟁도 없다.
프리드먼은 “이 나라는 자연과 사람들을 모두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게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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