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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 성난 백악관

딸기21 2009. 3. 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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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대해 “여전히 회생 노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 금융지원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백악관은 시한 내 정해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파산하도록 놔두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AP통신은 미 정부가 GM, 크라이슬러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을 보류할 방침이라고 30일 보도했다. 정부에 166억달러 추가지원을 요청한 GM은 4만7000명 감원과 5개 공장 폐쇄 등의 계획과 올해 1150만~1200만대 판매목표를 제시했었다. 크라이슬러도 감원·감산 계획을 밝히며 50억달러 추가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백악관 자동차업계 회생 태스크포스팀은 두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자동차 업계가 (정부의) 도움을 받으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질타하며 ‘모든 당사자들의 자기 희생’을 촉구했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은 GM과 크라이슬러 모두, 혹은 둘 중 한 곳을 법정관리 하에 놓고 강제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민간기업인 GM에 왜고너 CEO의 사퇴를 종용해 이사회의 결정을 이끌어냈다. WSJ은 “정부가 GM의 경영자를 몰아냈다”며 과도한 개입이라 비판했지만, 백악관의 입장은 강경하다. 왜고너는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독일 내 법인인 오펠(OPEL)의 지분을 일부 포기하는 방안까지 내놓았으나 백악관을 설득하는데에는 실패했다. 이미 GM에 내준 지원금 134억 달러를 당장 회수하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으라는 압력으로 풀이되고 있다. 백악관은 GM에 새로운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도록 두 달간의 시한을 줄 방침이다.

자동차시장 전문가 제러미 안윌은 AP인터뷰에서 “금융업계의 도덕불감증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백악관은 왜고너를 내보내는 정치쇼를 통해서라도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왜고너는 9년간의 CEO 재직 기간 미국 내 GM 직원 수를 17만7000명에서 9만2000명으로 줄였으나 그 자신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납세자들의 눈총이 따가웠다는 것이다.



그나마 GM에 대해서는 고강도 개혁을 통한 회생을 요구하고 있으나, 크라이슬러에 대한 백악관의 시선은 더 싸늘하다. 

백악관은 크라이슬러에 다음달 말까지 피아트와의 제휴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태스크포스팀 관계자는 “크라이슬러의 미래는 매우 위태롭다”며 “시한 내에 협상을 끝내지 못하면 파산하도록 내버려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크라이슬러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백악관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백악관은 다만 로버트 나델리 CEO에 대해서는 2007년에야 크라이슬러에 합류한 만큼 경영실패 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보고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WSJ은 “이제 크라이슬러에게는 피아트와의 제휴만이 희망”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피아트 측은 미국 정부의 추가지원 여부를 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미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제휴에마저 빨간 불이 켜졌다. 피아트는 올해에도 10억 유로 이익달성을 목표로 내세우는 등 자동차 업계에서 비교적 견실한 재정구조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트랙터사업본부 CNH의 경영이 부진해, 다음달까지 미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으려 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자동차회사인 푸조-시트로앵도 CEO를 해고하는 등,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자동차 회사들이 적자행진 속에 요동을 겪고 있다. 푸조-시트로앵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크리스티앙 스트레이프 CEO를 해임하기로 결정하고, 철강회사 코러스의 CEO인 필리프 바랭을 차기 CEO로 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억43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퇴 결정 왜고너 GM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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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리처드 ‘릭’ 왜고너(56.사진).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GM을 이끌어온 왜고너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GM은 29일 이사회 결정에 따라 왜고너를 CEO 자리에서 내려보내고 프리츠 헨더슨 부사장을 후임에 앉히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왜고너는 2000년 CEO에 취임할 때만 해도 일본·한국차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미국 자동차업계를 살릴 희망으로서 기대를 모았으나, 그의 재직 기간 GM의 시장가치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결국 세계 최악의 경영자라는 비난 속에 물러나게 된 왜고너는 개혁과 변신에 실패한 공룡기업의 붕괴를 상징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출신인 왜고너는 77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 32년간 GM에서만 일해왔다. 92년 최고재무책임자(CFO), 94년에는 북미지역 책임자 겸 부사장이 됐다.
고비용 저효율 경영과 에너지 과소비형 모델들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적자가 쌓이자 GM 이사회는 90년대 중반 왜고너에게 개혁을 맡겼다. 2000년에는 그를 회사의 조타수로 내세웠다. 하지만 전후 호황에 기대어 덩치만 불려온 공룡기업을 손 보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그가 CEO가 된 2000년 6월 주당 60달러였던 GM 주가는 현재 1달러 대로 폭락, 98%가 떨어졌다. GM의 북미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28.3%에서 18.3%로 줄었다.

왜고너는 한 인터뷰에서 “EV1 전기자동차 개발계획을 포기한 것, 하이브리드 자동차 투자를 게을리 한 것”을 최대 실책으로 꼽았다. 에너지 과소비 경제에 안주해 앞날을 내다보지 못했음을 너무 늦게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말 의회 청문회에서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출석했다가 의원들의 호통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퇴 합의사실이 흘러나온 29일 그가 취재진들에게 한 말은 “미안하지만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왜고너가 물러나도 GM의 회생은 불투명하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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