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갚지 못할 빚을 지울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두 가지를 함께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위기에 부딪칠 것”이라며 임기가 끝나는 2013년에는 적자규모를 올해 예상액 1조3000억달러의 절반인 5330억달러 규모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식의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에서 방향을 바꿔 중산층·서민의 부담을 줄여주고 부유층 세금은 늘릴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기업 세금도 낮추는 대신 세법의 빈틈을 막아 과세 형평성을 높일 것임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간단히 말하면 필요 없는 일에 들어가는 돈을 줄여 필요한 일에 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부시 집권 8년 동안 계속 늘었다. 2002년 1580억 달러였던 적자는 지난해 4550억달러로까지 커졌고, 8년간 총 2조5000억달러 규모의 빚이 쌓였다. USA투데이는 그동안 단기적 경기부양책들을 주로 내놓았던 오바마 정부가 장기적 재정안정화 계획에 본격 착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월가는 오바마 정부의 재정건전화 선언에도 별로 감동받지 못한 듯했다. 주가는 폭락했고, 야당인 공화당의 반응도 냉랭했다. 의료보험 민영화를 주장해온 공화당 의원들은 “재정지출을 줄이자면서 사회보장을 늘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조 바튼 하원의원은 “공화당을 예산 정책결정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초당적 노력’은 빈말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오바마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은 단 3명만이 찬성했었다.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예산안과 재정적자 감축계획에도 ‘까칠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정전문가들도 오바마 정부의 ‘지속가능한 재정정책’이 쉽지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예산 3조5000억달러 중 2조 달러 이상은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을 포함해 법률에 정해진 용도로 사용됐다. 이 돈은 정부가 쓰임새를 줄이거나 바꾸기 힘든 ‘의무 사용액’이라는 얘기다. 의회는 매년 그 나머지 3분의1 가량의 예산안을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 혹은 의회가 마음대로 용도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 절반을 차지하는 국방·안보 분야 예산은 지정학적 상황과 장기간에 걸친 계획에 따라 결정된다.
의회는 2007년 군사력강화 5개년 계획을 승인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국방예산을 줄이려면 의회를 설득해 이를 뒤집어야 한다. 하지만 5개년 계획 예산안 중 상당액은 군 의료보험 비용이어서, 이를 감축하는 것은 정치적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오바마는 23일 회의에서 부시 행정부 때 추진됐던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 교체계획부터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런 상징적인 조치들 외에 국방예산을 얼마나 줄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오바마에게는 엄청난 짐이 있다. 2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부양 비용이 그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재정전문가 윌리엄 게일은 “미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1조 달러씩 재정적자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일 회의에 참석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같은 어려움을 알고있다며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과 관련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의회에서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을 설명한다. 예산배정과 세금정책 등 오바마 정부의 살림살이 계획이 이날 첫선을 보이게 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예산의 평가는 냉정하게, 회계는 정직하게, 투자는 전략적으로 할 것”이라 말했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새 예산안은 막연한 예측에 근거한 전비 지출이나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전망에서 나온 예산 낭비를 대폭 줄인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방송은 “예산 절감의 귀재로 알려진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의 ‘솜씨’가 곧 드러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은 슬리퍼를 신고 빙벽을 타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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